'존 레논,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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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1= 본문만큼 이 책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부록이다. '비틀스를 보는 눈' 이란 제목의 부록은 14권에 달하는 기존 비틀스 전기물을 짜임새있게 소개하고 있다. 책에 따라 "지금까지 비틀스 관련 전기 중 최고" 라는 평가를 내리는가 하면 "문체가 그토록 무미건조하지만 않았어도 추천할 만한 책이 됐을 것" 이라는 톡 쏘는 평가도 서슴지 않는다. 명쾌한 판정도 인상적이지만, 비틀스가 한창 뜨던 68년 이래 이토록 풍부한 출판물이 런던과 뉴욕에서 쏟아져 나왔다는 점도 놀랍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2=이렇듯 명쾌한 판관(判官) 인 저자가 새로 쓴 책이라 신뢰감이 가지만, 이 책의 백미는 문화에세이스트 신현준이 쓴 서문 '순수한 자유를 위하여' 다. "좋게 말하면 유토피아적 몽상가인 존 레넌은 언젠가는 '순수한 환희' 라는 로큰롤의 꿈이 실현되리라 믿었다" 고 서술한 이 서문은 스타일이 살아 있는 좋은 문장 안에 대중사회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다소는 어설픈 이유〓문제는 이 책의 제목이 '영 아니올시다' 다. 1997년 독일어 원저는 제목이 'JOHN LENON UND YOKO ONO' . 즉 이 책은 '또 하나의 레넌 전기' 가 아니고 그와 오노 요코의 14년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웬일인지 번역서는 레넌 전기물로 오해하기 딱 좋다. 현재 우리 나이로 70이 다 된 일본 출신 여성 오노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거부감을 고려한 '눈가림 포장' 이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성큼 동의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신현준의 말대로 이 책은 "언제의 존 레넌이야□" 라고 할 사람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 레넌이라는 특정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스타에 얽힌 집단적 기억과 경험을 이토록 소중하게 보살피려는 저술은 우리 사회에 흔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중스타를 다룬 양질의 저술은 거의 전무(全無) 하다시피 하다. 그런 면에서 한 전범(典範) 이 바로 이 책이다.

#존 레넌이 중요한 이유〓저자는 레넌을 대중스타로, 풍부한 내면을 갖춘 수수께끼 인물로 파악한다. 저항정신과 모험심을 극단에까지 밀어붙인 위인이 레넌이라는 점, 이런 레넌의 진면목은 비틀스 멤버 시절이 아니라 혼자 있던 때, 즉 오노와 어울렸던 시절에 비로소 살펴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가 나체상태로 벌인 반전(反戰) 운동, 마약 복용과 동양 신비주의에 대한 호기심 등이 오노와의 삶과 함께 매우 섬세하게 서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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