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포르노 미술 한계는 어디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막을 내린 최경태씨의 '여고생 포르노' 전을 계기로 포르노 미술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우선 작가 최씨의 사법처리 문제. 최씨는 지난 5일 종로경찰서에 불려가 4시간 동안 조서를 쓰고 일단 풀려났다.

경찰이 '음란물' 로 판단한 팸플릿 2백50권은 작가의 포기각서에 따라 소각처리됐다. 작품 31점은 팔거나 전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작가가 보관 중이다.

기소여부는 이달 말쯤 결정될 예정. 위험을 느낀 작가가 전시를 서둘러 중단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그림들도 삭제했지만 단속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미성년자 입장불가를 표시한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전시한 것이 유죄냐. 내가 청계천에서 음화를 만들어 판 것도 아니고. " 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술계는 대체로 "작품 취지에는 찬동할 수 없지만 사법처리하는 건 넌센스" 라는 반응이다.

한편 인터넷 웹진 '미술과 담론' (http://art.centerworld.com/discourse)에선 또 다른 포르노 그림이 등장했다.

작가는 지난 2월 창립된 '한국 인터넷 미술협회'의 채희석(45) 회장. 서울대와 경희대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경희대와 협성대 대학원에서 강의하며 작품활동도 하고있다.

그는 인터넷에서 구한 포르노 사진에 색채를 덧칠해 자신의 '작품' 이라며 최근 게시판에 올렸다.

채씨는 지난 18일 이 그림을 자신의 협회 사이트(http://www.5netart.com)게시판으로 옮겨 전시 중이다.

취지는 "위선떨지 말자" 는 것.

두곳 게시판에는 찬성하는 글이 더 많이 올라있고 작가는 당당하게 자신을 옹호하고 있다.

최경태씨와 채희석씨는 모두 '멀쩡한' 작가 출신이지만 작품은 거의 포르노 그대로라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인지, 만약 규제해야 한다면 그 선은 어디까지인지, 사법처리의 잣대는 제대로 된 것인지, 갈수록 판단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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