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지낸 새누리당·민주당 관계자들이 전하는 대선 승부처는 결국 PK(부산·경남)와 호남이었다. 새누리당에선 야권 후보들이 모두 PK에 연고(문재인 후보 경남 거제, 안철수 후보 부산)를 두고 있어 강세 지역으로 여겨졌던 이 지역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후보 단일화’란 이슈를 남겨 둔 야권에선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홍준표 전 의원은 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부산·울산·경남 인구 800만 명이 과거에 우리 당을 압도적으로 선택했는데 지금은 40%를 넘는 범야권 지지율이 생겼다”며 “야당에 40%를 주면 사실상 이번 대선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일 PK에서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안철수 후보는 44.0%, 문재인 후보는 42.1%를 기록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득표율이 경남 지역보다 다소 높았던 부산에서만 29.4%로, 30%가 채 안 됐던 것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수치다. 박 후보 대선캠프 공보위원인 서용교(부산 남구을) 의원도 “추석 연휴 내내 지역 시민들을 만났는데 아무래도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여기 출신이다 보니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부산은 기본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해 늘 긴장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 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호남은 안철수 후보의 선전 속에 문재인 후보의 추격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문재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뒤지고 있지만 추석 전 호남 방문으로 상당한 변화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27일 처가가 있는 여수를 방문했던 안 후보가 3일부터 5일까지 다시 2박3일간 광주·목포 등 호남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호남 방문 이후 이 지역 지지율을 반등시켜 문 후보와 격차를 다시 벌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남 여수의 주승용 의원은 “호남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대단히 높아 안 후보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전북 출신 의원은 “어떻게든 안 후보를 민주당으로 입당시켜 대선에 내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며 “호남의 최종 선택은 결국 막판에 표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소아·양원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