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21세기 경영전략 [1] "네트워크 가전의 첨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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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IT)의 눈부신 발달은 우리의 생활환경은물론 기업의 경영환경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한마디로 IT는 이제 그자체로서의 성장성은 물론 모든 분야의 기술과 제품에 반드시 접목돼야 하는 필수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초일류기업들은 IT를 제품과 경영전략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목시키고 있는지 일본 소니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일본 도쿄(東京)의 중심가인 긴자(銀座)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소니(SONY) 쇼룸. 소니는 20여년전 자사가 만든 제품을 전시하기 위해 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의 하나인 이곳에 전시관을 마련했다.

7층짜리 건물인 쇼룸을 둘러보고 나면 소니는 더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텔레비전(TV)이나 워크맨, 캠코더를 생산하는 가전업체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이곳 쇼륨에는 TV나 캠코더 등 전통적인 가전제품들도 전시돼 있지만 주(主)를 이루는 것은 컴퓨터(PC), 게임기, PDA 등 소니가 90년대 이후 생산을 시작한 제품들이다.

21세기를 맞아 소니가 구상한 생존전략은 지금까지 개별적 용도로 사용됐던 각각의 가전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 복합가전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소니식으로표현하자면 브로드밴드(Broad Band) 시대의 디지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전의홈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 TV나 워크맨, 캠코더, PC 등 가전제품이 하나의 네트워크 속에서 연관성을 갖고제품 상호간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니가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가전 홈네트워크 체계의 핵심에는 지난 97년부터상용화된 메모리스틱(Memory Stick)이 자리잡고 있다. 메모리스틱이란 정지화면이나동영상, 음악 등을 파일 형태로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저장장치. 사용자는 일단 이 메모리스틱에 동영상이나 음악 파일 등을 저장해 두기만 하면언제고 이를 갈아끼우는 수고 하나만으로 소니가 생산하는 모든 가전에서 이를 재생,활용할 수 있다. 소니가 추구하는 네트워크의 숨은 힘이 바로 이것이다.

안도 구니타케(安藤國威) 소니 사장은 "소니는 가전업체라기보다는 가전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컴퍼니"라면서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의 말처럼 ''네트워크 AV IT''로 부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적인 가전업체에서 가전 네트워크 컴퍼니를 지향하는 소니의 변신은 어느정도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를 들어 97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PC인 ''바이오(VAIO, Vedeo Audio IntegratedOperation)''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시장을 확대, 4년만에 일본 PC 시장의 35%를 점유하기에 이르렀다.

또 지난 94년 PSⅠ에 이어 지난해 3월 내놓은 게임기 ''PSⅡ''의 경우 1년만에 전세계적으로 1천만대 가량의 판매실적을 올리면서 닌텐도나 세가 등 전통적인 게임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소니의 장래는 무엇보다도 이 회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메모리스틱 분야가 세계적 기술표준으로 시장을 선점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 최대의 가전업체 마쓰시타도 소니의 메모리스틱과 비슷한 스마트카드를 들고 시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느 쪽이 표준경쟁에서 이기느냐에 따라 21세기 가전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니코리아 유정현 차장은 "시장에서 메모리스틱과 스마트카드가 4대 6 정도의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은 이 분야가 전체 가전시장의 1% 밖에 되지 않지만미래성장성을 따져볼 때 어느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느냐 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도쿄=연합뉴스) 류지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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