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부려먹고 年50만원? 세종시 노예계약 '경악'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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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에서 노예계약을 맺고 종처럼 살아간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얘기지만 정부청사가 옮겨가는 세종시 인근 산속에 이렇게 노예로 사는 40대 남자가 있다고 JTBC가 보도했다.

취재진이 현장에 잠입해 이 집에서 벌어지는 일을 추적 취재했다. 지적장애인을 노예로 부리고 폭행을 일삼고 있었다.장애인이 도망을 시도하자 1년에 50만원을 주겠다는 계약서를 쓰도록 했다. 한 달에 4만1000원인데 사실상 노예 계약이다. 세종시 인근 산속.쓰레기 더미처럼 보이는 한 판자집이 있다.

집주인은 김모씨. [김모씨/집주인 : (혼자 계시나 봐요.) 아니요… 농사짓고….]

그런데 김씨와 같이 사는 또 한 사람이 있다.덮수룩한 머리에 더러운 옷, 다 빠진 이.지적장애인 3급의 45살 상구씨다.지능지수 70, 정신연령은 7살 수준.농삿일을 하는 김씨는 상구씨를 데려와 잘 돌봐주면서 같이 일을 한다.

[김씨/집주인 : 나는 내 동생같이 잘 해줘. 동생같이 내가 했는데 지금까지 괜히 얘한테 일이나 시키고 돈 안주고 하는 사람들 큰 일 나.]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마을사람들의 말이었다.

[박OO/마을주민 : 이 놈은 나쁜 놈이고 이 놈은 모자란 놈이니까 그러고 사는 거지.]
[최OO/마을주민 : 쉽게 얘기하면 노예처럼 부려먹는거야. 노예처럼 그런 식이에요.]

취재진은 두 사람을 지켜보기로 했다.상구씨가 시멘트 포대를 나른다.김씨는 계속 지시를 한다.일은 전부 상구씨 몫이다.
망치질을 잘못 했는지 김씨의 입에서 욕이 나온다.

[김씨 : 야 잘 쳐. XXX아. 반대로 치지 말아야지.]

상황은 점점 심각해집니다.
목을 조르고 있는 힘을 다해 발로 내려 친다. 겁에 질린 상구씨는 아무 말도 못한다. 해질 무렵 김씨의 개집 옆에 상구씨의 모습이 보인다.

무언가 먹고 있는 상구씨.
개밥이다. 상구씨를 다시 찾아갔다.

김씨는 없는 상태.
집안은 쓰레기장이고 전기밥솥에 눌러붙은 밥은 이미 썩어 시커멓게 변했다.
상구씨는 어눌한 말투로 김씨와 지낸 지 20년이 됐다고 했다. 학대는 일상이었다.

[이상구 : (뭘 잘못할 때요?) 신발같은 거 잘못 벗어 놨다고…그릇 잘 못 닦았다고… (어디를 때려요?) 이렇게… ]

그런데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김씨 스스로 의문을 푼다. 취재진이 상구씨 문제를 제기하자 당황한 김씨가 종이 한장을 꺼냈다. 농삿일을 시키고 매년 50만원을 지불한다는 계약서. 한 달에 4만원.

[김씨 : 돈 주는 거 여기 봐… 왜 거짓말을 해.]

사실상 노예계약입니다.이 계약서도 2009년 상구씨가 한 번 도망갔다 붙잡힌 뒤 만들어졌다.
지적장애인 상구씨는 김씨가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취재진은 결국 담당 공무원, 장애인 단체 관계자와 함께 김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씨 : (장애인 같은 경우는…) 내가 그냥 시킨 게 아니고 여기 봐 아까 보여줬잖아. 그럼 됐지 뭘 자꾸 얘기해…]

취재진은 상구씨의 가족을 어렵게 접촉해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단체 등도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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