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은 평화적 해결 패권 다투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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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일본과 ‘전쟁 불사’를 외치던 중국이 갑자기 ‘평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 부주석은 21일 광시좡족자치구 난닝(南寧)에서 열린 중국·아세안 엑스포(CAEXPO) 비즈니스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국가 주권과 안보·영토를 굳건히 지켜 나가겠지만 이웃 나라와의 영토·영해·해양 권익 분쟁 문제를 우호적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발전할수록 더욱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국제 환경을 필요로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을 (세계)평화 안정에 이바지하는 역량”이라고 규정하면서 “영원히 패권을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 부주석은 이틀 전인 19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을 향해 “‘위험에 직면해서야 정신을 차리는(懸崖勒馬)’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중국 외교에서 이 단어는 군사행동 직전의 최후통첩과 같은 의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950년 한국전 참전과 1962년 인도와 국경전쟁을 벌이기 직전 사설에서 미국과 인도를 향해 이 단어를 사용했었다.

 중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미국의 확고한 의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0일(현지시간) ‘아시아 영유권 분쟁’ 청문회에서 “센카쿠 열도가 미·일 방위조약 대상”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패네타 국방장관도 최근 중국을 방문해 이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것이다. 대(對)일본 공세 이후 부상한 중국 위협론도 평화카드를 꺼내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1일 “전 세계가 중국과 일본이 싸우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차기 지도부 교체를 위한 올가을 당대회에 주력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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