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이 핵실험 강행할 땐 안보리 회부 반대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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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데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이를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간주해 대응하고 ▶북한을 둘러싼 상황이 크게 변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미 정부에 전달했다"고 미 정부 당국자 등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이 현실화할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는 명확한 경고를 북한에 던진 것으로 신문은 해석했다. "안보리 회부에 찬성한다"는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안보리 회부를 용인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면 안보리는 의장 성명, 안보리 결의안 등을 거쳐 최종적으론 경제 제재 등의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안보리의 제재 결정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신문은 "중국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을 때와 지난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과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전화회담을 했을 당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으로선 중국을 '적'으로 돌릴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핵실험이란 결단을 하기 어렵게 됐다"며 "논의의 무대가 6자회담에서 안보리로 옮겨지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대한 압력은 한층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 강행까지는 나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 같은 보도가 '너무 앞서 나가는 해석을 내린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모종의 대책을 마련 중일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이를 공개한 적은 없다"며 "핵실험을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대처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도쿄=유광종.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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