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계 "이동전화 요금인하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이동전화 요금인하 방침에 대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일제히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9일 한국국제경제학회 하계 정책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하반기중 이동전화 요금인하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이동통신업계는 대형투자 산적, 누적적자 미해소 등을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9천5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SK텔레콤조차도 "이동전화 요금인하는 내년 이후에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cdma2000 1x에 대한 투자에 오는 2003년까지 1조4천억원이 소요되고 3세대(IMT-2000) 이동통신에 대한 조단위 투자가 예정돼 있는 등 대형 투자사업들이 산적한 상태"라면서 "하반기중 요금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발사업자인 LG텔레콤과 KTF는 요금인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조8천500억원에 4천50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창사 5년만인 올 1.4분기에 겨우 첫 흑자를 내기 시작, 이제 막 투자비를 회수하는 시점"이라면서 "요금인하는 절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누적적자 규모가 7천여억원에 달하고 올해만도 cdma 1x에 추가로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며, 3세대 이동전화인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1조원 이상의 투자비가 소요된다"며 "요금인하가 이뤄지면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다만 소비자 편익을 위해 통화 패턴에 따라 할인혜택이 주어지는 다양한 요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자신의 통화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면 요금인하 효과를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016 및 018 PCS 사업자인 KTF도 "지난 4년간 총 투자비가 5조원을 초과하면서 누적적자는 7천억원에 달하며 올해 cdma2000 1x에 3천500억원, IMT-2000 지분투자 2천700억원 등을 포함해 투자액이 총 1조1천억원에 이르고 내년에도 투자액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요금인하 반대이유를 밝혔다.

이 회사는 " 작년말 매출 3조2천589억원에 원가는 3조7천523억원이어서 원가보상률은 86.9%에 그치고 있고 국내 이동전화 요금은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절대금액뿐만 아니라 물가수준을 고려하더라도 저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TF는 특히 "현 시점에서 요금을 인하할 경우 SK텔레콤의 지배력만 강화시키고 후발사업자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면서 "후발 사업자들이 누적적자를 해소하는 등 적정 경쟁력을 회복할 때까지 요금인하를 지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동통신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초 이동통신업체들로부터 결산자료를 넘겨받아 각사의 요금에 대해 원가분석을 진행중이며, 오는 7월께 분석결과가 나오면 9월께 공청회를 통해 업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요금인하 여부 및 인하폭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