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룡 국가태풍센터장 “원폭 1만 개 위력 수퍼태풍 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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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체 재해의 60% 이상이 태풍 피해로 발생합니다. 수퍼태풍 한 개는 에너지로 따지면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1만 개 이상의 위력과 맞먹습니다.”

 김태룡(58·사진) 국가태풍센터장은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극단적인 기상현상으로 앞으로 수퍼태풍이 올 가능성이 있어 대비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1982년 기상청에 입사해 예보관과 공보관, 인력개발과장을 거쳐 2009년 2대 국가태풍센터장을 맡았다. 국가태풍센터는 2002~2003년 태풍 루사와 매미로 큰 피해를 본 뒤 정부가 2008년 설립한 기구다. 그동안 분산돼 왔던 태풍 예보와 사례 분석, 국제협력 등의 기능을 하나로 묶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 해 태풍 4개가 상륙한 것은 50년 만이다.

 “어떻게 보면 많다고 느껴지겠지만 통계 를 보면 최근 30년 동안 9월까지 평균 3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줬다. 드문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강력한 태풍의 발생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강한 태풍이 올 가능성이 커진다. 따뜻한 해상에 오랫동안 머물면 에너지 공급을 많이 받아 강한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선 풍속이 초속 60m 이상이면 수퍼태풍으로 분류한다. 극단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수퍼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가능성이 있다.”

-추석 전에 오는 태풍이 강한 경우가 많다는데.

  “9월은 태풍이 발생하는 해역에서 에너지가 가장 많이 축적되는 시기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바다로부터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기 때문에 강한 태풍으로 발생한다. 이 시기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해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것도 한 이유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진이나 홍수보다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한 정부 지원 비용이 아직 부족하다. 일본처럼 적극적인 정부 대책이 있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

-태풍 볼라벤 진로를 놓고 조작 논란이 있었다.

 “오해다. 오차는 발생할 수 있어도 조작은 있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 한국 간 국가 태풍 예보기관 사이에 예상 경로 차이가 났던 사례가 종종 있다. 국가태풍센터에서는 데이터 오류도 절대 고치지 않는다. 왜 오류가 났는지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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