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결산] ① 한국축구, `유럽공포증 없애라'

중앙일보

입력

2002년월드컵축구의 리허설이라는 의미를 담은 컨페더레이션스컵이마침내 막을 내렸다. 이변이 속출했던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는 유럽의 높은 벽을절감했고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많이 다듬고 보완해야 함을 피부로 느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이 대회를 통해 배우고 또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①한국축구, `유럽공포증 없애라' ②일본.호주 도약..브라질등은 추락 ③월드컵테스트값진 경험 ④블래터회장 인터뷰 등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유럽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라.'

한국축구대표팀이 파워와 기술을 겸비한 유럽 강호들에 대한 적응력을 빨리 갖추지 않는 한 2002년 월드컵축구 16강진출의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이번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증명됐다.

98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로 완패했던 한국은 이번에는 홈에서 경기했는데도 프랑스에 똑 같은 스코어로 참패, 국가대표팀 차범근 감독이 현지에서 경질됐던 3년전의 `비극'을 떠올리게 했다.

98년 월드컵에서는 1차전에서 멕시코에 1-3으로 패한데 이어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 대패하는 바람에 본선 꿈이 한순간에 사라졌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크게 지는 바람에 이후 2경기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예선 탈락의 고배를 들고 말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네덜란드나 프랑스를 이기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홈에서 상대를 불러 경기했는데도 대패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1년뒤에 열릴 월드컵에서도 한국과 같은 조에 유럽의 강호중 적어도 한 팀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유럽팀과 맞붙더라도 1~2골차의 패배에 그친 뒤 다음 경기를 노려야 20억원 이상을 들여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월드컵16강 진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유럽의 강호들만 만나면 대패하는 원인은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고 마는 데다 ▲축구 선진국과 경기해 본 경험이 적어 그들의 전술에 쉽게 말려들고 ▲이로 인해 평소 실력마저 제대로 펼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요약된다.

이번 프랑스전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프랑스를 꺾어보겠다'는 감독의 호언장담에도 불구, 바짝 주눅이 든 채 그라운드에 나섰고 수비수들까지 최전방으로 밀고 들어오는 공격적인 4-4-2 전술 앞에 우왕좌왕하며 연신 골을 먹기에 바빴다.

설기현을 원톱으로 내세운 한국은 수비위주의 플레이로 프랑스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으나 조직적인 공세앞에 미드필드 플레이가 사라지면서 모래성처럼 무너졌고 급기야 수비에 치중하다보니 공격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이 유럽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과 많은 플레이를 해 경험과 자신감을 쌓는 게 급선무다.

일본의 경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럽전지훈련을 실시해 프랑스, 스페인 등 강호들을 상대로 참패속에서도 값진 경험을 쌓음으로써 유럽 선수들에 대해 어느정도의 적응력과 자신감을 키웠다.

또 유럽무대에서 뛰고 있는 한국의 설기현(벨기에 앤트워프), 최성용(오스트리아 라스크 린츠)도 프랑스 선수들에 대해 "매일 리그에서 함께 경기했던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결코 두려운 상대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모든 선수들이 설기현, 최성용처럼 유럽축구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다면 대등한 플레이가 가능할 전망이고, 이렇게 되면 적어도 대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해답은 내년 월드컵까지 비록 참혹하게 깨지더라도 가능한 유럽팀들과 많이 붙어 적응력과 자신감을 키우는 동시에 그들을 깰 수 있는 비책도 강구해나가는 것이다.

유럽의 강호들을 찾아가든, 아니면 국내로 불러들이든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아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에만 유럽 콤플렉스를 넘어 2002월드컵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