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1 부두도 국영 체제로… 러, 핫산 연계 철도로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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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옌지(延吉)에 있는 옌볜(延邊)대학 동북아연구원은 지난달 뜻밖의 손님을 맞이했다. 조선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연구원 일행이었다. ‘강성대국 실현을 위한 경제정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북한 학자들은 주식회사 제도, 농산물 가공공장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현동일 옌볜대 동북아연구원장은 “문화·역사·예술 등의 분야에서 북한 학자와의 교류가 적지 않았지만 경제 분야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북한이 중앙당 차원에서 김일성대학과 사회과학원 소속 경제학자들을 대거 중국으로 보내 경제학습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소한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바뀌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북·중 접경 도시인 옌지와 훈춘(琿春)에서는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경제 분야의 개혁·개방 움직임이 뚜렷하다’는 증언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최근에는 나선(나진·선봉)특구의 공무원 일행이 훈춘을 방문해 조세 제도를 공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이시난(蔡熙男) 훈춘 경제발전국장은 “나선특구의 공무원들이 젊은 해외유학파로 대거 바뀐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공무원들과 접촉이 잦은 추이웨이(崔魏) 훈춘시장 비서는 “북한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그 변화가 지속성을 가질지는 우리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진을 자주 드나드는 현지 인사들에 따르면 “나진은 지금 보수 중”이다. 일본의 유력 동북아지역 연구소인 환일본해경제연구소(ERINA)의 미무라 미쓰히로 박사는 “훈춘으로 가는 콘크리트 고속도로가 최근 완공됐고, 러시아가 개발권을 갖고 있는 제3부두 역시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올 들어 나진의 분위기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나진을 자주 방문해 온 그의 말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중국인들이 나진지역 투자에 나섰다. 상점·아파트에 투자하고, 식당·목욕탕을 운영하는 중국인도 있다. 중국인의 투자·교역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생활여건이 좋아지고 있다. 문화생활은 평양이 좋지만 먹고사는 건 나진이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나진항을 선점하려는 중국·러시아의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정부는 나진항 제1부두의 운영권을 갖고 있던 다롄(大連)의 민영기업인 촹리(創力)로부터 부두 관리권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훈춘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다른 대형 국유기업에 부두 운영권을 넘기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나진항을 관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제1부두는 촹리가 2008년 10년 운영권을 확보했으며 제3부두는 러시아가, 제4~6부두는 중국이 각각 개발권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나진~핫산 철도공사로 대응하고 있다. 이 노선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계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교통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4월, 7월 북한 철도 전문인력 34명을 연해주의 산업도시인 우수리스크에서 교육시켰다. 연구원 관계자는 “러시아가 북한 기술자들을 우수리스크의 올레네보드 철도기지로 불러 나진~핫산 구간에 투입 예정인 디젤기관차 M62의 운행도 실습시켰다”고 전했다.

훈춘=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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