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해리 왕자 노려 소속부대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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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왕자

반이슬람 영화 ‘무슬림의 무지’로 촉발된 반미 시위가 서방국가로 확산되면서 영국 왕실까지 공격 대상이 됐다.

 14일(현지시간) 오후 10시15분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해리 왕자가 근무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베스티언 기지가 공격당했다. 지난 10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리 왕자를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한 탈레반이 14일 이를 행동에 옮긴 것이다. 왕자는 무사했으나 미국 해병대원 2명이 사망했다. 영국 국방부는 “당시 해리 왕자는 다른 아파치 헬리콥터 조종사들과 함께 공격 지점에서 2㎞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15일 “이슬람교를 모독한 데 대한 복수를 위해 공격을 계획했다”며 자신들이 공격 주체임을 밝혔다. 탈레반 측 대변인은 “해리 왕자의 복무지를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자살공격 부대가 수천 명은 더 있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해리 왕자의 28번째 생일이었다.

 탈레반 대원들은 총기와 로켓포·수류탄으로 무장하고 영·미 공군이 공동 이용하는 활주로 기지에 난입했다. 탈레반군 한 명이 자폭해 벽에 구멍을 낸 뒤 나머지 대원들이 기지로 들어갔다. 이어 전투가 벌어졌으며 탈레반군 18명이 사살되고 1명은 생포됐다고 BBC가 보도했다.

 탈레반 공격에도 불구하고 영국 국방부는 해리 왕자를 조기 귀환시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달 초 4개월 일정으로 떠난 해리의 아프간 파견은 지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해리는 이곳에서 비밀리에 최전방 근접 항공사격 통제 임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해외 매체들이 이를 보도하자 국방부는 “탈레반 반군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며 철수시켰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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