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 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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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金在哲)한국무역협회장이 최근 중국에 다녀온 소감을 적어 중앙일보에 보내왔다. 金회장은 지난달 하순 중국 서부대개발에 관심이 큰 국내 업계 투자사절단을 이끌고 베이징.상하이.충칭.청뚜 네 지역을 살폈다. 그는 "중국이 변하는 만큼 우리도 변하지 않으면 살길이 없다" 고 말했다.

오랜 옛날부터 중국에 새로운 나라가 서면 크든 작든 우리나라는 영향을 받아왔다. 지금도 봄철이면 중국 대륙에서 황사가 날아오고, 비구름도 대부분 중국에서 황해를 건너와 비를 뿌린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그런 중국이 최근 하루가 다르게 엄청나게 달라지고 있다.

필자는 이번에 서부대개발 조사단을 이끌고 상하이(上海)와 양쯔(楊子)강 상류에 있는 충칭(重京), 청뚜(成都)를 거쳐 베이징(北京)을 다녀왔다.

예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필자는 중국이 양쯔강 하구에서 황해와 태평양의 바닷물을 한껏 빨아들여, 마치 용이 큰 물을 들이켜 온몸에 힘을 받아 비상하듯, 언젠가는 세계를 향해 포효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만해도 필자는 그 얘기를 중국인 특유의 과장으로 여겼다.

그러나 그 얘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놀랍고 두려웠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일지라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국가 이상의 실리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러기에 세계로부터 급속히 몰려드는 외국자본으로 중국 곳곳에 개발구를 만들고 있고, 상하이 푸둥(浦東)개발지구에는 중국판 마천루가 세워지고 있다.

푸둥 개발구 한 구에 지금까지 들어온 외자만도 3백36억달러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에 지금까지 유치된 외자가 총 6백억달러임을 감안할 때 얼마나 많은 외국투자인가.

이러한 개발현장은 비단 상하이의 푸둥 지구만이 아니었다. 양쯔강을 2천㎞나 거슬러 올라간 충칭에도, 서부개발의 중심지 스촨(四川)성의 청뚜에도 개발과 건설의 굉음은 대단했다.

양쯔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곳곳에 위치한 도시의 개발구에는 현대식 산업시설이 들어서고 양쯔강을 가로막아 만드는 산사(三峽)댐 건설현장에는 세계 최대의 댐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홍수조절기능은 물론 연간 8백40억㎾의 수력발전이 가능하고, 내륙 깊숙이 있는 충칭까지 5천t급 선박의 항해가 가능해져 엄청난 규모의 물류비가 절감될 것이다. 산사댐이 완공되면 그야말로 서부중국의 지도가 바꿔질 것이다.

중국에는 세계 5백대 기업 중 이미 3백여개의 대기업이 진출하여 세계의 제조창이 되어 가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이미 1조달러(약 1천3백조원)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무엇이 거대 중국을 약진하게 만들었을까.

첫째는 엄청난 외국자본의 유치다. 외자유치에 나선 이들, 특히 공무원들의 친절과 정성을 보면 오직 찬탄할 뿐이다. 상인(商人)의 나라다 싶었다.

둘째는 확고한 중장기 발전계획과 착실한 실천이다. 중국은 1980년대 홍콩과 가까운 선전을 비롯한 광둥(廣東)성 개발에 힘을 쏟았고, 90년대는 상하이 개발, 그리고 앞으로 20~30년은 서부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산사댐 공사로 1백13만명의 주민이 이주를 해야한다고 하지만 아픔을 이기고 세계적 대역사(大役事)를 진행하고 있다.

셋째는 과감한 자본주의 경제의 도입이다. 명분이 아닌 실리를 찾아 과감한 실용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사회주의 이론과는 일견 모순일 것 같지만, 중국은 능력.부를 중시하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 을 내세워 개인차 등을 인정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생각할 수 없는 중.고등학교 기여입학제도까지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공산품 중 첨단제품 위주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수출하고 있는 첨단제품도 중국이 만들어 수출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들은 원자탄을 만들고 인공위성을 띄운 기술을 가진 나라다.

중국이 용머리 상하이로부터 한껏 마신 태평양의 물을 세계를 향해 토해낼 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중국과 함께 '윈-윈(win-win) 전략' 을 펼칠 길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며 나라의 경제정책을 세울 때다. 분명 길은 있을 것이다.

중국보다 더 큰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면…. 경제인뿐 아니라 위정자들도 뛰고 있는 중국을 보고오길 권하고 싶다.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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