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임대희] 중국의 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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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는 협화(協和)의원, 북경대(北京大)제3의원, 301의원(해방군의원), 제2포병(砲兵)의원, 중국중의(中醫)연구원[西苑의원]과 같은 훌륭한 병의원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군대의 병원이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은 훌륭한 의사들을 특채하여 맡기므로 해당 분야의 의료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원들이 중국의 의료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301의원은 중국의 고위층이 입원하는 곳으로 자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군대의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대학교 부속병원으로 되는 것이 좋았는지 최근에 301의원이 남개(南開)대학 부속병원으로 되었다. 요즈음 중국의 병원은 대대적인 변동을 겪고 있으므로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앞으로 다른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말에 중국에서는 대학들의 개편이 있었다. 21세기의 세계적인 100개 대학을 만든다는 211공정등을 비롯하여, 2년제 전문대학들을 끌어올려서 4년제 대학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한 개편을 병원에도 도입하려고 하는 것 같다.

중일우호의원이라는 병원이 있는데, 일본정부가 큰 힘을 들여서 지었지만 결국은 그대로 중국에 헌납하였기에 주인이 없는 병원이 되고 말았다.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다고 해당 병원은 선전하고 있지만, 진찰비만 비싸지 별로 훌륭한 병원은 아니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없는 대우를 해주는 병원이지만, 그 몫이 환자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점은 주인이 없어서 나아가야할 방향이 없기 때문이리라. 한국에서 중국의료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어슬픈 경영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중일우호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밖에도 외국사람들을 위한 SOS병원등이 있으나 엄청난 진료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으나, 매우 친절하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의료부문이 외국에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개업하려고 수속을 밟으려면 여러 가지로 사유를 대면서 서류를 다시 만들어 오도록 하므로,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국보다 중국이 먼저 외국의 의료단체에 문호를 개방하였다고는 하지만 활짝 열어놓은 것은 아닌 셈이다.

영리의료기관을 인정한다고 되어 있지만, 오히려 지금은 큰 병원은 대부분이 영리의료기관인 셈이다. 그런데 의료보험이 인정되는 항목이 매우 범위가 좁아서 환자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럽다. 더욱이 중의원(中醫院)에서는 서의(西醫)쪽에 입원해도 1주일에 한번씩 중의사(中醫師)가 병실을 돌면서 “생강3, 당근1, 마늘2”과 같은 식으로 외치면 서의(西醫)의 부주임이 뒤에 따라다니면서 받아 적어서 1주일동안 그에 따른 한약이 나오는데, 그 한약이 비용도 비쌀 뿐 아니라, 전혀 병세와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는 개인병원이 별로 없다. 중국에서 대형병원에 소속된 의사들이 자신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외국등에 연수를 가고자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의 의료수준을 높여보아야 그에 대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체계이므로,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외국에 나가서 새로운 의료방식을 습득해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의료기술을 습득해 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개인병원을 개설할 것도 아니고, 본래 근무하던 병원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첨단의료기기를 병원에서 보유하고는 있지만, 그 결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감기등은 동네(社區)진료소를 비롯한 어느 병원에서든지 고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종합병원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동네(社區)진료소에는 몇 명의 의사들이 있지만 이들은 경험이 적고 모든 부문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국에 체재하고 있는 동안 중이염 때문에 대학교의 진료소에 갔었다. 4명의 의사가 진료실을 같이 쓰고 있었다. 이비과 담당의사가 출근하지 않았다. 다음날 오겠다면서 나오려고 했더니, 거기 있던 동료의사가 “내일 와 보았자 완치하지는 못 할테니 아예 오늘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가보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였다.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가서, 특진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나를 담당하는 이비인후과의 부주임은 50세 후반의 여성의사였다.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면서 들여다보니, 그 의사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당장 수납실로 내려가서 일반진료로 바꾸었다. 중국의 병원에서는 나이가 차면 부주임까지는 저절로 올라가게 되므로, 환자의 입장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셈이다. 결국 환자들은 병원의 의료서비스에 대해서 불신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종합병원에 입원했는데도 무슨 질환인지 알아내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들이 자주 출현한다. MRI나 CT의 결과에서 이상이 있다고 하면서 주임의사가 입원시켰는데도 환자는 멀쩡한 상태이니, 의사로서는 어색하긴 하지만 계속 입원시켜두고 자꾸 검사만 반복한다. 환자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심지어 해당 지역(省)에서 상당히 수준급인 중의원(中醫院)에서마저도 MRI나 CT를 찍어놓고도 그것을 도저히 판독할 수 없다면서 가족들을 불러서 해당 분야의 전문병원에 필름을 들고 가서 판독해 오라고 맡기기도 한다. 중국의 병원에서 주임의사는 참으로 고달프다. 병원의 경영에 관해서는 중의(中醫)의 목소리가 더 크고, 병원에서는 첨단기기의 사용률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실제로 그러한 첨단기기에 나타나는 결과에 대처하는 방안은 훈련받은 적이 없고, 환자는 겉으로는 의사의 지시대로 따르는 표정을 짓지만 치료비의 부담으로 울상을 짓고 있으니 견디기가 힘든 것이다.

한국에 와서 이러한 사례를 의대교수에게 이야기하니 발병률이 0.4% 이하인 질환에서 담당의사가 경륜이 없으면 이러한 실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MRI나 CT에서 혈액의 흔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그것이 지금 출혈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그냥 놓아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 경우인데, 이러한 사례를 많이 보지 못 했던 중국의 의사로서는 강박관념에 쌓일 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설명이었다. 첨단 의료기기가 점점 등장하는데, 그 사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별로 없는 중국의 병원에서는 무척 당황스러운 사례가 나타나기는 한다. 그러나 인구가 많으며 새로운 사태에 적응도 빨리 하고 있으므로 중국의 병원들도 10년내지 15년 지나면 눈부시게 변모해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한 과정 속에 한국의 의료계가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적인 의료기기 생산국이므로, 외국에 병원을 설립하는 데에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임대희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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