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 만화] 아뵤오~ '권법 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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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국기(國技)로 태권도가 있듯 세계 각 민족들은 저마다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격투기를 가지고 있다. 이중 가장 유명하고 각종 매체에 끊임없는 소재가 되어지는 것은 바로 중국 무술이다.

흔히 '쿵후'라 불리는 중국 무술은 특히 그 화려함을 자랑한다. 현란한 몸놀림은 물론이고 사람을 날려버리는 장풍이나 내공으로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경공술 등 상상을 초월한 액션을 떠올리게 만든다.

어린 시절 영화 속 노란색 트레이닝복에 '아뵤오~!' 괴성을 지르며 순식간에 적들을 쓰러뜨리던 '이소룡'의 모습 또한 모든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당시 쿵후 학원 강습과 쌍절권은 남자 아이들에게 필수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무협 장르는 많은 이들에게 변함없이 사랑 받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로 수십 명을 무찌르는 현실감 제로인 무술에 '무협 만화'라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 또한 많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그런 무협만화의 선입관을 버릴 수 있는 만화가 아닐까 한다. '권법 소년'은 '황당무계함'을 뺀 정통 중국 무술 만화이다.

주인공 '고 켄지'는 어렸을 적부터 '팔극권'의 달인 할아버지 '고 쿄타로'에게 무술을 배운다. 할아버지는 스승을 만나러 중국으로 떠나고 그 후 소식이 끊긴다. 8년이 지나 고교생이 된 켄지는 행방불명된 할아버지를 찾아 중국으로 간다. 할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중국대륙을 누비며 곳곳에 있는 대가들을 만나 무술을 익혀간다.

19권에서는 켄지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스승의 아들을 죽인 '야차오'도 잡는다. 이제 할아버지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은 켄지. 하지만 이렇게 쉽게 끝나면 재미가 없는 법이다. 작가는 잠깐 잊게 만들었던 켄지의 라이벌 '토니 탄'을 다시 등장시킨다. 패배를 못 잊고 복수를 꿈꾸며 중국에 왔던 토니 탄이 켄지에게 도전해 온 것이다. 켄지는 할아버지와의 짧은 해후를 뒤로 하고 더욱 강해지기 위해 중국에 남아 수행 길에 나선다.

철저한 무술 고증을 거쳤다
이 만화는 주인공 켄지가 갖가지 무술을 익히며 점점 강해지는 과정을 아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격투 장면 이외에도 새로운 무술이 나올 때마다 각종 초식(각 무술의 기본이 되는 자세들)순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중국 무술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이 만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태극권' '당랑권' 이외에도 '팔극권' '무당권' '팔괘권' '영춘권' 등 수많은 무술이 존재하고 또 이것이 각 문파에 따라 '00류' '00파'로 나뉜다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또한 '권법소년'은 실제로 존재하는(또는 존재했던) 무술들만 그리고 있다. 각 문파에서 배출한 유명 무술인의 실제 이름과 그 일화들을 소개함으로써 극의 재미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이 만화의 스토리 작가를 맡은 '마츠다 류지'는 실제 일본에서 유명한 중국 무술의 연구가로 수많은 권법관련 저서를 썼다. 그래서 인지 더욱 더 이 작품이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또한 작화를 맡은 '후지와라 요시히데'의 그림체도 작품 분위기와 맞아 떨어진다.

무술의 화려함만을 보여주는 무협만화를 기대하며 이 작품을 읽은 이들에게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중국 권법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 주며 넓고 깊은 중국 무술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 만화야말로 진정한 무협만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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