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2000-2001 파이널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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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승3패로 밀워키 벅스를 제압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레이커스의 최종 파트너가 되었다. 이번 결승은 레이커스의 절대적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세븐티식서스가 83년 우승 이후 처음으로 진출한 결승에서 얼마나 선전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 공격력 대결

앨런 아이버슨이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득점력은 부상 병동 세븐티 식서스에 희망을 실어주고 있다. 부상으로 컨디션이 나쁜데도 아이버슨은 MVP 다운 모습으로 팀과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식서스는 당연히 아이버슨 위주의 경기를 결승에서도 펼칠 것이다. 무톰보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맹활약했지만 오닐을 상대로 높은 득점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일단 애런 맥키의 상승세를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다. 두 자리수 득점은 물론이고, 어시스트와 수비에서도 한 몫을 담당할 선수이다. 에릭 스노우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아이버슨과 맥키, 무톰보의 활약이 팀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반면에 레이커스는 상당히 여유가 있다. 긴 휴식 기간도 체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고, 오닐과 브라이언트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이 플레이오프에서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변이 없으면 공격력에서 식서스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데릭 피셔가 최종 결승에서도 좋은 모습을 이어갈 지도 관심이다. 릭 팍스나 호레이스 그랜트 등 주요 공격 옵션을 보충할 선수들도 플레이오프에서는 컨디션이 괜찮기 때문에 식서스의 백업보다 우세하다.

다만 너무 오랜 기간 쉰 것이 오히려 경기 감각을 찾는데 조금 문제가 될 수도 있겠으나 첫 경기가 홈에서 펼쳐지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초반에 감각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공격력에서 식서스에 비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2. 수비력 대결

식서스는 수비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어차피 아이버슨의 공격력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레이커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오닐은 그렇다 치더라도 코비 브라이언트를 막는데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사실 오닐에게 허용하는 점수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으나 코비를 살려줄 경우 식서스는 매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한다.

특히 최근에 보여주는 코비의 폭발적인 득점력은 오닐을 능가할 정도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수비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대상은 오닐이 아닌 코비인 것이다.

식서스는 애런 맥키와 저메인 존스등이 코비와 매치업을 하겠지만 코비의 상승세와 절정의 슛감각을 감안한다면 수비에서 재미를 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물량 공세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식서스는 현재 부상 선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 작전도 원활하게 할 수 없다.

결국 식서스는 수비에서도 레이커스에게 뒤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객관적인 전력상 비교가 양팀에게는 이런 예상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3. 승부처

문제는 아이버슨이 얼마나 터지냐이다. 아이버슨은 정말 예상하기 힘든 존재이다. 부상으로 컨디션이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50점에 육박하는 득점을 올린 경기가 여러번이다.

레이커스의 필 잭슨 헤드코치가 수비를 중시하지만 아이버슨을 막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의 스피드와 놀라운 돌파력, 거기에 파괴력있는 클러치 능력은 레이커스를 괴롭힐 수 있는 최대 무기이다.

레이커스의 승부처는 아이버슨을 막는 것 하나에 모든 것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바꾸어 말하면 아이버슨만 막으면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적절히 아이버슨을 괴롭히는 작전이 효과적일 것이다.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수비력이 뛰어난 론 하퍼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작전일 듯 하다. 다만 아이버슨의 승부 근성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한 파울 보다는 경미한 파울로 아이버슨의 슛 시도를 줄이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도움 수비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일대일로는 아이버슨을 막기가 버겁다. 경기 초반 아이버슨만 어느정도 차단하고 득점을 몰아쳐 점수 벌리기에 성공하면 승세를 쉽게 잡을 수 있다.

식서스는 적절한 스크린 플레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이버슨의 득점력을 최대한으로 올리는 방법만이 식서스가 레이커스를 압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느 정도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아이버슨만 꾸준히 해 준다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4. 전체적 전망

현재 관심은 레이커스가 과연 사상 처음으로 전승 우승을 할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그 정도로 레이커스의 전력은 막강하고 빈 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상대는 끈질긴 승부욕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올라온 식서스이다.

경기적인 측면이나 객관적 전력 비교에서는 식서스가 월등히 밀리지만 정신력과 집중력에서는 레이커스를 앞설 수 있다. 승부의 변수를 적극 이용하는 방법만이 식서스의 살 길이다. 강력한 수비와 팀 플레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작전이 필요하다.

래리 브라운 헤드코치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비록 부상 선수가 많아 가용 인원이 줄어든 약점이 있긴 하지만 최대한으로 백업을 활용하여 4쿼터에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전력을 참고로 좀 심하게 말한다면 레이커스의 전승 우승이 유력시 된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변수들과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아이버슨을 생각하면 식서스가 대등한 경기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아이버슨이 맹활약한다는 가정하에 1승 정도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식서스의 입장에서는 이런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부상 선수가 많고 선수들의 체력이 매우 저하되었다는 약점이 너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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