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총리 꿈꾸는 이시하라 ‘부자유별’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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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버지와 다르다니까요.”

 26일 실시되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55·사진) 자민당 간사장이 ‘부자(父子) 차별화’에 나섰다. 그의 부친은 일본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79) 도쿄도지사.

 연내 실시가 유력한 중의원 총선거에선 제1야당인 자민당의 승리가 점쳐진다. 따라서 이시하라로선 이번 총재 선거에서 당선되면 차기 총리를 예약한 것과 다름없다. 부친의 후광을 업고 현재 자리까지 올라섰지만 ‘총리’를 거머쥐는 데는 오히려 ‘극우’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한 부친의 존재가 장애물이 된다고 본 것이다.

 그는 11일 출마를 선언하며 “난 신주쿠(新宿·도쿄도 청사를 지칭)의 고집 센 아버지에게 틀린 건 틀리다고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부친 말을) 그대로 따르면 난 꼭두각시에 불과하겠지만 난 절대 그대로 안 한다”고도 했다.

 그가 ‘탈(脫)부친’을 주창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총재가 되면 파벌 원로들의 말에 복종하느라 제 목소리를 못 낼 것”이란 비판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로 이야기는 듣되, 결정은 내가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일부러 ‘부자 차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론 이들 부자 사이는 각별하기로 소문나 있다.

 이시하라 간사장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 대해서도 “계승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친은 물론 이번 선거의 유력 후보인 아베 신조(安倍晋三·57) 전 총리와 180도 다른 입장이다. 영토 문제도 다른 후보들과 달리 선거 공약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역사는 검증이며, ‘고노 담화’의 수정 논의를 할 시기가 올 수도 있다”며 보수세력을 껴안는 발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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