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력 높이는 메모의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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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본래 뜻처럼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의미 대신, 우스개 삼아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뛰어난 기억력 보다 뭉툭한 연필에 의지해 메모로 남기는 습관을 들였을 때, 생활이 정확해지고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기도 하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학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눈으로만 훑고 지나가는 겉핥기식공부가 아니라 핵심 내용을 잡아내 자신이 소화한만큼 정리하는 메모의 기술은 학습력과도 직결된다. 책 속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정리할 수 있는 독서 후 메모법에 대해 소개한다.

글 종류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방식으로

 “메모는 ‘무엇을’ 적는지보다 ‘어떻게’ 적느냐가 중요합니다.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말이죠.” 『나만의 메모짱』이라는 책을 쓴 인하대 최상희 겸임교수의 말이다. 최 교수는 “중요한 내용을 아무 생각 없이 베껴 써놓는 것은 좋은 메모가 아니다”라며 “수많은 정보 중에 핵심 내용을 꿰뚫고 자신에게 맞는 흐름과 구조대로 요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를 하면서 중심 내용을 메모해두면 같은 정보를 찾기 위해 책을 여러번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유의할 점은 책을 읽고 메모하는 방법은 글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글, 감동을 주는 글, 주장하는 글, 정서를 표현한 글 등 글쓴이의 의도에 따라 중심내용을 파악하는 요령과 메모의 기술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글로 가장 대표적인 책이 교과서다.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명확하고 구조가 체계화돼 있어 메모하기도 어렵지 않다. 책을 읽는 도중에 핵심 개념과 요점에 밑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놓는 것부터가 메모의 시작이다. 내용의 골자가 파악되면 본격적인 메모에 들어간다. 핵심 내용에 대해 자신이 이해하고 소화한 점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참고 자료로 삼을 만한 표나 그래프, 사진 등을 붙여노거나 교사의 설명에서 참고 자료로 삼을만한 부분을 자신이 이해하기 쉬운 방법대로 일목요연하게 적어두는 것도 유용하다.

논설문은 주장·근거, 문학은 화자 찾으면 쉬워

 주장하는 글은 신문 사설이나 연설문, 담화문 등이 포함된다. 작가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피력해 독자를 설득하려는 목적이 담겨있다. 글쓴이의 주장을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한 뒤,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메모하면 간단하다. 글의 흐름에 따라 글쓴이의 주장이 점점 구체화돼 가거나, 자신과 반대되는 주장을 비판한 뒤 완결된 주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메모할 때는 주장하는 내용의 변화에 주목해 내용을 도식화한 다음, 주장에 따른 논거들을 정리하면 간단하다.

 시·소설·극본·수필과 같이 정서를 표현한 글에서는 화자를 찾아야 메모가 쉬워진다. 화자는 글 속에서 정서를 표현하고 있는 캐릭터로, 글 속의 등장인물일수도 있고 글에서는 보이지 않는 작가의 시각일수도 있다. 화자가 전달하는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글 속에 전개되는 사건이 화자의 시선에 어떻게 포착되고 있는지 등에 유의해 메모해나가면 된다.

 최 교수는 “메모는 맥락찾기”라고 강조했다. “글의 흐름과 방향을 감지해야 맥락에 부합하는 정보, 즉 가치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을 처음 읽을 때부터 무턱대고 메모를 하기보다는, 개괄하는 읽기를 통해 글의 윤곽을 이해한 뒤 분석하며 읽기와 메모하기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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