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재판부 만장일치 무죄 → 항소심 유죄 → 대법원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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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 법률 지식은 없지만 건전한 상식을 지닌 일반인 배심원 9명과 법률 전문가인 합의부 법관 3명의 의견. 어느 쪽이 옳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들 12명이 모두 동의한 결론이라면 어떨까.

 2008년 8월 여관에서 한 남자를 폭행하고 290만원 상당의 목걸이를 빼앗은 혐의(강도 상해 등)로 기소된 최모(25)씨. 그는 피해자의 목걸이를 호기심에 건네받아 만져본 것은 맞지만 여관방에 그냥 두고 나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9명의 배심원은 목걸이를 강제로 빼앗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 기존 증거만으로도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최종심인 대법원은 이를 또다시 뒤집고 1심 판결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재판 전 과정에 참여해 만장일치로 내린 무죄 평결이 재판부에 의해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명백히 반대되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임시규 사법연수원 수석 교수는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만장일치 배심원 평결에 사실상의 기속력(강제력)을 부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 기자, 오단비 인턴기자(연세대 국문학과), 김보경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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