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말 꺼냈다가 … 중국 벌떼 공격 받은 클린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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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 경고와 불만을 쏟아냈다. 클린턴 장관이 베이징에 도착한 4일 외교부 성명에 이어 이튿날 만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클린턴이 듣기 거북한 소리를 계속했다. 마지막 중국 방문이 될지도 모르는 자리인지라 할 말을 다 할 걸로 보였던 클린턴 장관은 머쓱해져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5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후 주석은 클린턴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미 관계의 전략적 의의와 국제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중국은 미국이 대화와 소통·협력을 강화하고 각종 간섭을 제거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토분쟁에 개입하지 말라는 간접 경고다. 후 주석은 또 “양국이 경제무역 협력의 질과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미국은 보호무역주의와 무역문제의 정치화를 하지 말아야 하고 첨단제품에 대한 대중 수출 금지를 풀어야 하며 중국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한 공평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클린턴 장관은 “지난 3년간 양국은 소통과 협력으로 성숙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미국은 양국의 차이를 줄이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양국이 서로 무역과 투자를 늘리고 신에너지와 환경보호 등 각 분야에서 협력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세가 꺾인 모습이었다.

 클린턴 장관은 원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다시 힘을 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하고 “분쟁을 사전에 억제할 구속력 있는 ‘남중국해 행동수칙’ 제정에 중국이 동참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원 총리는 “댜오위다오 영토분쟁에 있어 미국의 일본 편향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미국의 개입 자제를 주문했다.

 언론도 가세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은 5일 자수둥(賈秀東)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초빙연구원이 쓴 ‘미국은 세 가지 문제를 잘 생각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국은 영토·주권·안전·통일·안정·발전이라는 중국의 여섯 가지 핵심 이익에 도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 주변국을 이간질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得不償失)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5일 오후 클린턴 장관을 만나기로 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면담을 취소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부주석이 최근 등 부위에 상처를 입어 주요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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