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에 밀린 이해찬, 양경숙 트윗하자 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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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21 방송편성제작본부장 양경숙(51·여·구속)씨가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 개입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특히 10여 년간 인터넷방송을 운영해 온 양씨가 온라인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스스로 ‘네티즌 전문가’임을 자처하면서 당내 경선 등에 여러 차례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양씨에게서 “올해 1월과 6월 두 차례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모바일투표인단을 모집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4·11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 청탁에 실패한 양씨가 총선 이후 박지원(70) 원내대표와 사이가 벌어진 뒤, 6월 경선에서는 라디오21의 정치성향과 맞는 친노(親盧·친노무현) 인사를 지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친노 진영에서는 유일하게 이해찬 후보가 경선에 참가했다. 검찰은 김한길 후보에게 밀리던 이 후보가 높은 모바일 투표 득표율로 선거 결과를 뒤집고 당 대표로 선출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양씨는 6월 경선을 앞두고 트위터에 “이해찬 당 대표가 정답”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검찰은 주변 인사들에게 자주 네티즌들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해 온 양씨가 약 20만 명 규모의 SNS 투표인단을 동원할 능력이 실제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씨는 스스로 ‘골수 친노’를 주장하며 고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2002년부터 친노세력 결집을 위한 방송을 송출했다. 라디오21 운영진이 웹사이트 분석평가 서비스인 ‘랭키닷컴’에 의뢰해 조사한 뒤 올 4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라디오21 홈페이지의 일평균 고정방문자 수는 꾸준히 18만~19만 명을 기록했다. 김어준(44)씨가 운영하는 진보성향 인터넷매체인 딴지일보의 방문자 수(6만~10만 명)보다 더 높은 수치다.

 양씨는 지난해 12월 한 친노 인사에게 e-메일을 보내 “네티즌 몫으로 배정된 비례대표 2개 중 하나를 가져올 수 있다. 당선권인 13~17번을 주겠다”며 ‘네티즌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앞서 양씨의 측근 이모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 원내대표가 최고위원 선출을 앞두고 네티즌 전문가를 알아보라고 해 양씨를 소개시켜 줬다”고 진술했다. 실제 양씨는 1월 전당대회에서 박 원내대표의 선거운동을 전폭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검찰은 강서구청 산하기관장 이양호(55·구속)씨 등 40억8000만원을 공천 대가로 양씨에게 건넨 3명과 양씨 간의 대질신문을 지난 주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구속수감된 지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양씨의 진술 태도에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현·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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