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구월드컵구장 개장식 참관기

중앙일보

입력

'꿈의 구장' 대구 월드컵경기장 개장식이 열린 20일 오후 4시.

수성구 내환동 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고산로는 평소 주말보다 더 시원스레 뚫렸다.

대구시가 이날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파크호텔 등 7곳에 임시주차장을 만들어 셔틀버스를 운행한 덕분이었다.

경기장 주변 진입로와 인공폭포 ·공원 등 조경도 미려했고,대덕산 산바람은 특히 경기장을 시원하게 감쌌다.경기장을 들어서는 순간 그 웅장함에 막힌 가슴이 탁 트였다.

이날 6만5천여석 스탠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성화는 첫불을 밝히고,관중들은 일화와 브라질 산토스팀의 개막전에 열띤 응원을 보냈다.처음 문을 연 화장실도 쓰레기 수거도 청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순탄한 흐름은 축하공연 중반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날 출연하기로 했던 '싸이' '클릭B' 등 일부 신세대 가수들이 공연을 '펑크'낸 것.

대구시의 대응은 더 문제였다.이어지던 공연은 임시방편으로 1시간여 전광판에 월드컵 화면을 내보내는 등 겉돌았다.납득할 만한 해명 한차례 없었다.

대구시 홈페이지엔 21일 이같은 무성의를 원망하는 시민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시 월드컵지원반 관계자는 "대행사에 공연을 일임한 것이 잘못"이라며 "정확한 원인을 규명중"이라고 말했다.

셔틀버스 운영도 미숙을 드러냈다. 지하철 신기역 주차장을 이용한 시민 崔모(40)씨는 "셔틀버스가 줄서 기다리는 행렬 중간쯤에 정차해 무질서를 유도했다"며 "공무원은 뭐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비난했다. 또 반야월 지하철역엔 한동안 셔틀버스가 지나쳐 화난 시민이 도로에서 셔틀버스를 가로막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경기장 주변엔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차량 수십대가 인도를 점거한 모습도 목격됐다.

경기장의 복잡한 갈림길은 안내표지가 없어 차량을 우왕좌왕하게 했다. 출입문 주변을 차지한 잡상인의 꼴불견도 여전했다.물건을 파느라 소음이며 시비도 잦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에서 이같은 대규모 행사는 처음"이라며 "드러난 시행착오는 하나하나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선 2002 월드컵. 대구시도 시민들도 내년 월드컵경기는 일본과 비교돼 전세계에 중계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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