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억울한 옥살이 한국女 "400일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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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영상 캡처]

JTBC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했던 캄보디아 한인 사망 사건의 용의자인 두 한국여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400일 동안 캄보디아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마침내 누명을 벗게 됐다. JTBC의 보도다.

현지시각으로 어제(27일) 오전 9시 캄보디아 프놈펜 법정. 한국인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7살 김 모 씨와 32살 조 모 씨가 피고석에 들어섭니다. 판사가 곧바로 판결문을 읽기 시작합니다. 긴장된 순간, 판사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두 여성. 김씨와 조씨가 수감된 게 지난해 6월. 머나먼 타지에서 400일 간의 억울한 옥살이가 마침내 끝이 난 겁니다.

[쑤컴 펑/현지 변호사 : 두 한국인들을 교도소에서 석방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재판부가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두 여성의 사연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것은 JT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탐사코드J'가 사건을 추적 보도하면서부터입니다. 캄보디아 교도소에서 날아온 편지 한 장.두 여성은 자신들이 살인 누명을 쓰고 수감됐다며 하소연했습니다.

이들의 말이 맞다면 그야말로 억울한 상황. 당시 40대 한인 남성이 김씨와 조씨가 함께 살던 집에서 숨졌고, 현지 경찰로부터 살인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남성 스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조모씨(32) : 법 있는 나라? 여기 법 없어요. 법이 있으면 수사를 이렇게 해서 저희를 가둘 이유도 없구요. 너 죽였냐면서 그걸로 계속 밀고 나갔으니까요…]

취재진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추적한 결과, 우리나라 수준에선 이해하기 힘든 부실 수사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사건 담당 경찰/캄보디아 뚤꼭 경찰서 : ((두 여성이) 살인했다는 증거를 찾으셨어요?) 전기줄이 잘려져 있었죠. 그리고 다른 물건들은 경찰서로 옮겨 왔고…]

국내 법의학자들은 취재진이 확보한 영상과 수사자료를 토대로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를 내렸습니다.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 교사, 목을 조르면 그게 목 전체에서 그런 현상이 나와야 돼요. 그런데 쭉 올라가잖아요. 이건 끌려올라가서 매달린 흔적인데…]

방송이 나가자, 외교통상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외교부의 지시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두 달 간의 조사를 벌인 결과도 역시 자살이었습니다. 이같은 결과는 캄보디아 사법부에 정식으로 통보됐습니다. 지난 5월엔 캄보디아 사법부가 국내 국과수 법의학자를 현지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시키면서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김형중/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사 : 너무나 그쪽이 부족한 게 많았기 때문에 그런 사항을 우리가 설명을 해줬을 때 그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이고 이해를 해줄 수 있는가 그게 제일 걱정이 됐었죠.]

캄보디아 법원은 판결문에서 JTBC와 국과수가 지적한 문제들을 모두 거론하며 두 여성의 살인 혐의 근거가 없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두 여성은 캄보디아 교도소에서 석방됐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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