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양경숙 계좌의 40억원은 어디로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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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당에도 비례대표 공천비리 의혹 폭탄이 터졌다. 돈으로 국회의원 자리를 사고파는 공천거래는 신성한 선거행위에 대한 유권자의 믿음을 허물어뜨리는 최악의 선거사범이다. 민주당에서 대선 경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검찰은 개의치 말고 성역 없는 수사로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양경숙(51)이라는 친노무현 성향의 인물은 4·11 총선 전에 세 명의 비례대표 공천 희망자로부터 40억원을 받아 이 중 일부를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줬다. 박 원내대표는 당시 최고위원으로서 한명숙 당대표와 함께 공천에 공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있었다. 법원은 어제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네 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경숙씨와 3인 사이에 공천을 빌미로 거액의 돈 거래가 있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돈 흐름의 입구는 비교적 투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검찰 수사의 다음 단계는 돈의 출구를 밝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양경숙씨 등 네 명이 선거를 앞둔 3월에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박지원 원내대표와 두 차례 만났으며 공천 희망자 한 명이 박 원내대표에게 개인후원금 500만원을 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주목할 사실은 양씨가 이들로부터 받아 계좌에 넣어두었던 40억원이 현재 증발되고 없다는 점이다. 4억원도 아니고 40억원이 계좌에서 인출됐다면 흔적은 반드시 남을 것이다. 검찰은 양경숙 계좌의 40억원이 어디로, 어떤 용도로 흘러갔는지를 신속하게 추적해 개인비리인지 공천헌금인지 밝혀내야 한다.

 박지원 원대대표는 “양씨 등이 내 이름을 거론하면서 비례대표 얘기를 주고받았다면 그들 간 얘기일 뿐 나와는 관계없다”고 자신의 연루설을 부인하고 있고, 민주당은 새누리당 공천비리 수사를 부산지검이 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수사를 대검 중수부가 하는 점을 들어 형평성을 잃은 정치검찰의 행태라고 비난하고 있다. 검찰은 대선을 4개월 앞둔 민감한 정치환경에서 신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로 오해를 자초하지 않아야 한다. 대검 중수부의 이번 수사가 자체 인지로 시작된 만큼 알맹이 없는 수사로 판명될 경우 정치검찰의 오명을 또 한번 뒤집어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