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출자총액제한 벤처업계 `강타'

중앙일보

입력

최근 정부와 재계간에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 제한의 파장이 벤처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출자총액 한도에 묶여 벤처투자를 중단하거나 대폭 줄임에 따라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숨통이 더욱 막히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이 순자산의 25%를 넘는 30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은 지난달부터 신규출자가 전면 금지됐으며 기존의 출자총액 초과분도 내년 3월까지 모두해소해야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 활발했던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는 요즘들어서는 거의실종된 상태이고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들은 대기업들이 출자금 회수에 나서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로 순자산액이 1천억원인 삼성SDS의 경우 출자총액이 500억원에 달해 출자총액을 절반 가량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메가벤처'라는 벤처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정보통신 벤처기업투자에 열의를 보여왔으며 실제로 출자총액의 90% 가량이 벤처기업 투자에 집중됐다.

삼성SDS는 안철수연구소 등 43개 벤처기업에 출자했으며 지난해 25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올해도 300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고 연초에 발표했었다.

그러나 출자총액 한도에 묶여 최근에는 신규출자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이며 기존 출자금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출자총액 한도를 200억원 가량 초과한 한솔텔레컴도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진행해왔던 벤처기업 투자를 올해는 기존 출자금을 회수하는 만큼만 신규 투자를 하기로방침을 정했다.

물론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지정을 받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출자총액 한도규정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러한 예외조항은 별로 실효가 없다는 것이 IT 업계의 반응이다.

IT대기업의 경우 단기 자본 이득을 노리는 창투사 등 벤처캐피탈과는 달리 회사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주로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은 기업보다는 벤처기업 지정을 받지 못한 기업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출자총액 한도로 인한 벤처업계 투자 경색 분위기에 대해 벤처기업들은 더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대기업이 출자금 회수에 나서게 되면 그동안 구축해왔던 대기업과의 제휴선이 완전히 붕괴되는 것은 물론 엉뚱한 기업에 인수.합병(M&A)되는위기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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