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 불똥 … 생산 줄어 7월 대미 수출 2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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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내 딜러들은 물량을 달라고 아우성인데 맞추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그랜저·투싼·제네시스가 문제입니다.”

 익명을 원한 현대자동차 미국 판매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차 경기 화성공장 등지에서의 부분파업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미국으로의 선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시작된 현대차 생산직 노조의 부분 파업에 따른 영향이 미국 시장에 미치고 있다. 파업 전인 6월에 현대차는 미국에 3만6209대를 수출했으나 7월에는 2만7101대에 그쳤다. 기아차 역시 7월 미국 수출이 2만5917대로 전달보다 13%가 줄었다. 지난달부터 매주 2, 3일 하루에 2시간 또는 4시간 부분 파업을 한 여파다.

 공급이 달리다 보니 현지 영업은 차질을 빚고 있다. 현지 판매법인 소속의 한 딜러는 “주문을 받아도 물건을 소비자가 원하는 때 댈 수 없다 보니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기도 어렵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일단 재고를 소진하며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그러면서 재고가 점차 바닥나고 있다. 자동차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대차 재고일수는 21일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재고일수가 60일가량은 돼야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주문 예약을 받으며 시승차량을 운영하는 등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정상적인 재고의 3분의 1밖에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도요타는 40일, 혼다는 49일, 닛산은 55일의 재고일수를 유지하고 있다. 재고일수란 정상 영업을 했을 때 재고분을 완전히 팔아치우는 기간을 말한다.

 공급 위축으로 미국에서 현대차의 마케팅 활동이 주춤한 가운데 일본차들은 약진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기보다 24% 늘어난 13만9759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혼다 판매량(10만4119대)은 1년 전보다 46.4% 치솟았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달 4.1% 증가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 파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현대차 노사 양측은 임금 인상안과 관련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회사가 6800명에 달하는 사내하청 근로자 중 3000명을 순차적으로 정규 채용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일부 노조원이 반발하며 전체적인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시작한 부분파업으로 인해 지금까지 모두 10만9474대, 2조1063억원어치 생산 차질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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