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000억 들인 ‘홍상어’의 예정된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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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개발한 대(對)잠수함 미사일 ‘홍상어’를 방위사업청이 겨우 네 발만 쏴보고 합격 판정을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해군이 실전배치 후 처음 실시한 시험발사에서 홍상어가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고 유실된 것은 ‘예정된 실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산 첨단무기 졸속 개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홍상어는 이지스함과 한국형 구축함 등 해군의 핵심 전력에 탑재할 목적으로 2000년부터 방사청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첨단무기다. 2009년 방사청은 홍상어의 운용 시험평가에서 네 발 중 세 발이 명중하자 전투형 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 후 양산에 들어가 2010년부터 50여 발이 실전배치됐다. 한 발에 18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이다 보니 평가발사를 네 발밖에 할 수 없었고, 75% 이상의 명중률이면 합격시키도록 돼 있는 시험평가 기준에 따랐다는 것이 방사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홍상어는 지난달 25일 포항 인근 공해상에서 실시된 시험발사에서 20㎞ 떨어진 목표물에 훨씬 못 미친 지점에서 수중(水中) 유실됐다. 실전배치 후 첫 시험발사가 황당한 실패로 끝났는데도 군은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모르고 있다. 음향탐지 장치 등 표적감시센서의 오작동이나 어뢰추진체 계통의 결함 가능성을 막연하게 상정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값비싼 무기라 하더라도 네 발만 쏴보고 합격시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정확한 실패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거나 밝혀내더라도 제대로 성능 보완을 하지 못하면 실전배치된 50여 발은 무용지물이 된다. 고가의 무기일수록 성능을 확신하기 전에는 양산 결정을 유보하는 것이 혈세 낭비를 막는 길이다.

 국산 첨단무기 개발의 난맥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국산 명품 무기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K-2 흑표 전차는 핵심 부품인 파워팩의 결함으로 전력화 시기가 늦춰졌다. 세계 최고라고 선전했던 K-21 장갑차는 잇따른 침수사고로 부사관 1명이 숨지면서 성능 보완을 거쳐야 했다. 군은 성과 위주 첨단무기 개발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