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산업 키우자] 부품·소재 산업 제대로 육성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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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 산업만큼 '선택과 집중' 이 절실한 분야는 없다.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이 워낙 많다는 점에서 그렇고,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하루 빨리 줄여야 한다는 시급성 때문에도 그렇다.

이를 위해 우리 실정에 맞고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을 골라 정부와 업계.연구기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대형화.전문화해야=국내 전기.전자부품 업계는 종업원 3백명 미만 중소기업이 전체의 95%를 점한다. 자동차 부품업체도 고급기술에 투자하려면 5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하는데, 이만한 기업이 많지 않아 제대로 된 기술투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알짜 기술력을 지닌 2, 3차 중소 부품.소재업체들이 뒷받침해 주는 체제도 갖춰야 한다. 일본이 부품강국인 이유는 원자재 시장의 일본 독점과 기술우위에서 비롯됐다.

예컨대 무라타제작소는 파우더(세라믹 가루)의 수천가지 조성법을 무기로 첨단부품인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등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무라타의 이같은 성공은 사카이케미컬.고미쓰화학.일본화학 같은 세계적 파우더 전문업체들이 뒤를 든든히 받쳐준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 연구.개발 분업화=산.학.연 협력이 좀더 실효성있게 이뤄져야 한다. 일본 기업들은 당장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과제를 주로 진행하면서 학계.연구기관들과 튼튼하고 지속적인 연을 맺는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학교.연구소 따로, 기업 따로 식의 연구개발 때문에 현장 적용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출연기관과 업계가 공동연구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조합을 만들어 기술개발 투자비용을 분담하고, 업체들도 서로의 장점들을 결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디서 무엇이 개발되고 있는지 정보를 공유해 중복투자와 시간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것.

비슷한 품목과 기술수준의 영세업체들이 과당경쟁하기보다 과감하게 사업을 통합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M&A)시장도 활성화해야 한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성공확률이 낮고 투자 회수가 오래 걸리는 부품.소재 산업은 국책.대기업 연구소나 대학에서 연구하고 그 결과를 기업들이 상용화하는 분업체계가 그 어떤 분야보다 시급하다" 고 말했다.

◇ 다음호에서는 정밀부품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해외 기업을 벤치마킹합니다. 세라믹 부품 분야의 세계 최고 기업으로 꼽히는 일본 무라타제작소 현지 취재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배울 점을 찾아보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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