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한중수교 불혹(不惑)의 40주년을 위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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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8월24일은 한중수교 20년이 되는 날이다. 수교이후 20년간두 나라의 경제 사회 관계를 사람들은 한마디로 “기적이다”라고 표현한다. 중국정부의 우대정책과 저렴한 인건비로 수교당시 한중교역이 64억불이었으나 2011년에는 2206억불로 35배가 늘었다. 한국 전체교역액의 25%를 상회하는 숫자다. 직항노선은 주당 837편으로 일본의 550편보다 많고 재중 유학생은 6만8천명이며 재한 중국유학생은 6만4천명이나 된다. 인적교류는 수교당시 13만 명에서 2011년에는 640만 명으로 49배 늘었다.

필자도 대중국 외교관으로 지난 20년 동안 거의 절반인 9년을 중국에서 활동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루가 다른 한중 관계의 변화에 맞추다 보니 무척 바빴던 기억만 난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로 이러한 “기적”이 만들어 졌다고 생각된다.

최근 수교 20년을 기념하여 한중 양국에서 학자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 20년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20년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새로운 차원의 한중관계 발전모델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중국 한국 상회(商會)에서 중국진출 기업의 경영 현황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 자료다.

자료를 보면 중국진출기업의 경영 최우선 목표로 내수시장개척(71.5%)이 압도적으로 많다. 과거와 같은 해외시장을 위한 생산기지 구축(16.7%)은 더 이상 목표가 되지 않는다. 역시 중국의 내수시장을 뚫어야 활로가 열린다고 인정하고 있다.

내수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필수 지원 요소로는 중국 경제 등 최신동향에 대한 정보제공(18.4%)이 최우선으로 꼽히고 있다. 다음으로 고급핵심 인력확보(15.6%), 경험 및 정보공유(10.4%) 그리고 법률컨설팅 서비스(9.3%)지원도 중요하다 답하고 있다.

내수시장이 중심이 될 경우 중국진출 기업의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필수역량은 과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가공무역의 경우와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경영자 필수역량으로는 중국문화와 중국시장의 특성이해(34.3%)가 가장 많았다. 이는 중국정부의 정책변화에 대한 통찰력(19.4%)이나 사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18.6%)보다 우리와 다른 중국인과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중국어를 사용하는 능력(11.9%)도 중요하고 항상 바뀌는 중국법규에 대한 숙지(11.1%)도 빼놓을 수 없는 역량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정부의 정책과제로 상시적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되 통합지원체계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정부 내에 관계부처가 다양하여 업무의 조정 통제가 미흡하고 연구기관도 정부 및 대기업과 민간단체에 산재되어 연구의 중복 등 효율성이 떨어짐을 지적했다.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이 지난 20년과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대사관 등 우리 정부의 지원체계도 재정비 변화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금년이 중일 수교 40주년이 된다. 논어에 사십불혹(四十不惑)이라고 했지만 중일관계는 그렇지 못하다. 한중 관계는 앞으로 20년이 중요하다. 불혹의 40주년을 맞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자.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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