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활용해 수학 공부하는 이지민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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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분야 우등생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어린 시절 공통된 놀이 문화가 있다. 독서와 보드게임이다. 루미큐브와 부르마블로 대표되는 보드게임은 단순히, 놀이뿐 아니라 수리적 능력과 가족관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다양한 보드게임으로 성적은 물론, 집중력과 가족 간 관계까지 돈독해졌다는 이지민(경기 금곡초 3년·사진 오른쪽)군과 어머니 김정해(36)씨를 만나 보드게임 활용법을 들어봤다.

 이지민군이 처음 보드게임을 시작한 것은 5살 때다. 엄마 김정해씨는 “학습지나 TV·인터넷 같은 인위적인 외부 환경이 아닌, 책과 가정에서 스스로 터득하는 공부법을 실천하고 싶었다”며 “얼굴을 대면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가 보드게임이었다”고 말했다.

책 사듯 게임 골라 가족과 함께 즐겨

 새로운 보드게임을 구입하면 그날은 온 가족이 아빠의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이군은 “아빠가 새게임의 매뉴얼을 읽고 함께 게임을 시작한다”며 “아빠와 게임 룰을 만들기도 하면서 우리만의 놀이로 만드는 재미가 크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이군의 수학 성적은 줄 곳 100점이다. 따로 학원을 다니거나 학습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수학 성적의 비결에 대해 이군은 보드게임이라고 말한다. 이군의 얘기다.

 “보드게임 속에는 순열이나 경우의 수 같은 수학적 이론이 숨어 있어요. 처음에는 그런 이론에 대해 모르고 시작하지만, 게임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이론을 이해하게 되죠.”

 특히, 이군이 좋아하는 전략게임에는 수리적 이론이 바탕이 된다. 수학 이론에 대한 부분은 엄마나 아빠가 설명해 준다. 게임으로 만져보면서 이론을 익혔기 때문에 따로 외우거나 풀어보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해가 됐다. 이군은 “수업시간에 게임을 통해 익힌 부분이 나오면 자신감이 생긴다”며 “블록을 쌓고 영역을 지키는 과정처럼 의외의 곳에 수학이 숨어있다”고 했다. 이군 집에는 보드게임이 종류별로 150~200여 가지가 있다. 가족 모두 즐기기도 하고 학습적으로도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책 사듯 보드게임을 고르고 구입한다. 김씨는 보드게임을 고르는 방법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 김씨는 “무조건 브랜드나 멘사추천 게임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어떤 수리적 이론이 숨어있는 게임인지 아이가 이 게임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재밌는 게임과 학습적 게임을 번갈아 가면서 구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낱말 카드 만들어 한자·영어 공부도

 이군은 단순히 만들어진 게임만 하지 않는다. 스스로 낱말 카드를 만들어 한자와 영어 공부도 병행한다. 종이에 오려 만든 한자와 그림을 펼쳐놓고 연관된 카드를 먼저 찾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나 부수 별로 묶는 게임 등은 이군이 친구들과 즐겨 하는 게임 중 하나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하다는 집중력 역시, 게임을 통해 얻은 부분이다. 카드를 기억해 같은 카드끼리 묶는 메모리 게임은 한시간동안 수업을 들어야하는 저학년 남자 아이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김씨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집중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산만한 아이들에게는 메모리 게임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또, 게임을 통해 결과에 승복하는 방법도 배웠다. 이군은 “보드게임을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 보드게임이다.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다. 졌을 때는 다음번에 어떤 전략을 펼칠까 고민해보고 상대의 전략을 배운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글=김소엽 기자 lume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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