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프로에 비친 30년전 시대상

중앙일보

입력

"우리 땅과 산천이 변해가고 있다. 땅은 폐해도 나는 아스팔트 길 위에서 고층빌딩에 붙어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너무나 어리석은 사람이다. "

지금부터 30여년 전에 김재만(72)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동양방송(TBC) 등 라디오 방송칼럼에서 육성으로 전했던 말이다.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와〈지식인, 그들은 다 어디 갔는가〉는1965년부터 74년까지, 그리고〈우리 이대로 좋은가〉는 89년에서 92년까지 김교수가 방송에 내보낸 사회비평 칼럼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그 시절의 초상화' 다.

원고 뭉치는, 저자의 말대로 '흘겨보면 바스라질 것' 처럼 바랬지만 그 속에 펼쳐진 시대의 이미지는 생생하다.

60~70년대 한국방송계의 대표적 고발 프로그램인 '라디오 재판실' 에서 7년간 검사역을 맡은 김교수는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방송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미니스커트.호화주택.외제 고급승용차.골프.퇴폐여관과 목욕탕.교육문제.왜색풍조 등을 질타하는 대목에선 단순히 '그때를 아십니까' 를 넘어 '요즘은 어떻습니까' 를 되묻게 한다.

저자는 "예나 지금이나 어지러운 세태는 난형난제(難兄難弟) " 라며 정치권의 각성을 여전히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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