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개성으로 이어진 남쪽 전기·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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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개성공단에 남한의 전기가 공급된 데 이어 5월 31일부터는 직통전화도 가능하게 된다. 대립의 역사에서 반세기 이상 끊겼던 전선과 통신망이 다시 이어진 것이다. 역사적 사건이자, 그에 담긴 상징성도 의미심장하다. 이번에 이어진 '핏줄'이 북한 전역으로 퍼져 통일의 숙원으로 연결되길 기대한다.

이번 전기.통신 연결로 입주 기업들은 양질의 인프라를 확보, 일단 안정적 생산활동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성공단 사업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 긴장은 고조되고 있고, 남북 당국 간 대화도 몇 달째 중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한가닥 남북 경제협력의 길이 유지돼 그나마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협력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개성공단과 관련, 미국은 현재 개발 중인 시범단지까지는 무방하나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진다. 미국 고위 관계자들은 "개성공단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등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남북 간 경협 활성화가 북핵 문제 해결에도 바람직하다'는 입장과 거리가 있다. 개성공단의 사업 진척을 위해서도 양국의 이견이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조정돼야 한다. 우리 정부의 설득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개성공단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 핵 문제로, 평양지도부의 핵포기 결단만이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개혁 조치 이후 시장경제 요인까지 도입하면서 주민들의 먹는 문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남측에 군사적 요충지를 대여하면서까지 개성공단을 허용한 것도 그 일환일 것이다. 개성공단의 성패뿐이 아니다. 전 세계는 북한이 핵만 포기하면 대대적 경제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북측이 하루빨리 마음을 열어 북한 주민들이 보다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방 세계는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 보유는 북한이 안고 있는 식량, 보건, 일자리 창출 등 1000여 가지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충고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