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기 술술 푼 임은주 축구 女심판

중앙일보

입력

어린이날인 지난 5일 프로축구 아디다스컵 수원과 전북의 준결승전이 벌어진 수원종합운동장.

경기가 끝난 뒤 양팀 관계자들과 축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경기 진행이 정말 매끄러웠다" 고 주심을 칭찬했다. 국내 프로축구의 유일한 여자 심판인 임은주(35)씨가 주심이었다.

불과 사흘 전인 2일 수원-안양전에서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말썽이 일었던 터라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은 경기 내내 긴장을 풀지 못하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임씨는 '단호함' 과 '부드러움' 의 두얼굴로 경기를 능란하게 풀어나갔다. 결승 진출이 걸린 단판 승부인 만큼 거친 경기가 예상됐으나 그는 초반부터 엄격하고 정확한 판정으로 시비를 원천 봉쇄했다.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로 선수들을 다독였다.

후반 42분 전북 수비수 호제리오가 수원 산드로를 태클해 반칙이 선언됐다. 그러자 호제리오가 산드로를 손으로 거칠게 밀었다. 양팀 선수들이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상황이 됐다.

임씨는 지체없이 호제리오에게 퇴장을 선언했고 불만을 터뜨리던 호제리오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가볍게 경기장 밖으로 밀어냈다.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됐고 경기는 5분 뒤 깨끗하게 끝났다.

최근 잇따른 판정 시비로 바람잘 날 없는 프로축구에서 임씨의 경기 진행은 오랜 가뭄 뒤의 빗줄기처럼 청량감을 안겨줬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일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 과격한 행동을 한 안양의 손현준.박정석에게 출장정지와 함께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정작 골이 들어가기 직전 경기를 종료시켜 말썽의 소지를 제공한 주심 임종호씨에게는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아 축구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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