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사관 외면에…탈북 고위층 가족 태국 수감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앵커]

북한의 고위급 인사 가족 네 명이 최근 탈북에 성공해 현재 태국에 수감 돼 있다는 사실이 JTBC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원래는 베트남을 경유해 한국에 올 계획이었지만, 우리 대사관의 비협조로 중국으로 추방된 뒤 우여곡절 끝에 태국행에 성공했습니다.

안의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양강도 혜산광업연합기업소 부지배인 차 모 씨가 탈북을 감행한 건 6월초.

혜산광업연합기업소는 석탄 등을 채굴해 파는 회사로 차씨는 우리로 치면 공기업 부사장에 해당되는 고위직입니다.

2010년 탈북한 설정식 양강도 청년동맹 제1비서 이후 최고위급 탈북자입니다.

일가족 3명과 함께 최근 태국행에 성공한 차 씨는 이르면 다음 달 서울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 (지난 12일) : 차○○이란 분, (태국) 북쪽 지방에 있고요. 조만간 방콕으로 이송될 예정입니다.]

6월초 북한땅을 떠난 차 씨의 탈북 루트가 길어진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당초 차씨는 중국을 거쳐 7월초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한국 대사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영문을 모른채 현지 경찰에 넘겨졌고 열흘 뒤 중국으로 추방됐습니다.

그로부터 2주 뒤 차 씨는 중국을 탈출해 라오스를 거쳐 태국행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차 씨가 돌아온 길은 무려 1만 5천km, 하지만 베트남 대사관은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오낙영/하노이 총영사 : ((탈북자) 4명이 (하노이에서) 추방당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잘 모르겠는데요. 무슨 말씀인지. 전화로도 보고받은 게 없는데….]

외교당국의 비협조로 사선을 넘나들며 수천km를 돌아와야만 했던 차 씨 가족.

이제 꿈에 그리던 한국행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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