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돈세탁’ SC은행 벌금 3800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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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이 이란 돈세탁 문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벌금 3억4000만 달러(약 3800억원)를 뉴욕 금융당국에 물기로 했다. 이로써 미국 월스트리트와 영국 런던 금융 중심지인 ‘더 시티’ 간의 금융 주도권 전쟁은 일단 봉합됐다. 양쪽 다 갈등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가운데 뉴욕 금융당국은 적정한 벌금 타협책을 제시했고, SC은행은 뉴욕 은행업 면허 박탈이란 최악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SC은행은 이란 정부 소유 은행 및 이란 법인들과 10년간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세탁하는 등 불법거래를 해왔다는 혐의에 대해 3억4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뉴욕 금융감독청(DFS)과 14일(현지시간) 합의했다. SC은행은 당국으로부터 2년간 금융거래 감시를 받는 한편 회계감사관을 둬 은행 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법규 준수 여부를 자체 조사하기로 했다. 이제껏 SC은행이 “혐의 내용 중 99.9%는 허구이고 0.1%만 실수로 문제가 생겼던 것이며, 필요하다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던 데 비하면 크게 물러선 것이다. SC은행 고위 관계자는 “혐의점을 모두 인정한 것은 아니며, 다만 지속적인 영업을 위해 과도한 리스크는 일단 피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SC은행은 거액의 벌금을 지불함으로써 뉴욕 은행업 면허자격 박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게 됐다. SC은행은 수익의 약 90%를 중동과 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 얻고 있지만, 이들 금융거래의 상당 부분이 뉴욕의 금융 네트워크를 경유하기 때문에 뉴욕 은행업 면허를 잃으면 영업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영국의 은행들은 대영제국 시절부터 세계 기업들의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업무에 강한 전통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불법 돈세탁 혐의에 쉽게 휘말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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