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 ‘경제 바람몰이’ 핵문제 변화로 이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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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의 실력자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일행의 방중 활동은 중국의 대북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장과의 회담에서 나선과 황금평 특구 개발을 진전시키기 위한 합의를 이뤄냈고, 중국 동북 3성 지역의 산업을 둘러보기도 했다. 중국에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차관을 요청했다는 설도 전해졌다. 최근 배급제 일부 폐지와 공장 운영의 자율성 강화, 협동농장의 분조 세분화 등 부분적인 개혁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장 부장의 방중 행보는 북한이 경제 회복에 전력투구하고 있음을 외부 세계에 널리 알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북한의 경제 회복 노력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국제사회와 대립하는 북한의 대외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정일 시대 북한 역시 나름의 경제 회복 노력을 폈지만 체제 보위에 밀려 결국은 후퇴한 일이 여러 차례였다. 이에 따라 북한의 개혁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함께 물거품이 되는 일이 거듭됐다. 이에 비해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예전과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일 이어지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파격적인 행보는 그런 전망을 한층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 사후 지금까지 북한의 대외정책에 주목할 변화가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특히 가장 중요한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는 아직 전혀 없는 상태다. 북한의 경제 회복 노력은 국제사회와 화해를 통해 지원을 이끌어내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작금의 북한의 경제 회복 노력 역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여전히 많다. 북한 스스로도 이 점은 지난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장성택 부장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북한이 핵 문제 등에 대한 입장 변화 의사를 밝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경제 개혁 바람몰이’가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 전체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