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치] '사람 야구'가 더 강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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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이저리그의 화제는 단연 시애틀 매리너스다.

매리너스는 4월 한달 동안 20승5패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4월에 20승을 올린 팀이 됐고 마무리 투수 사사키는 13세이브로 4월 최다 세이브 신기록(종전 12세이브)을 세웠다.

매리너스는 최근 3년 사이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 ·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 등 훗날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한 슈퍼스타들을 다른 팀으로 이적시킨 가운데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더욱 화제다.

매리너스는 슈퍼스타들을 넘겨준 대가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다른 선수들을 보강하면서 받은 돈으로는 일본 출신의 야구 천재 이치로 등을 영입하는 데 투자했다. 루 피넬라 감독과 패트 길릭 단장은 "야구는 결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 는 말로 스타 위주의 팀 운영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고 표현한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면 한화 이글스의 초반 상승세가 눈에 띈다. 한화는 최근 2년 사이 마운드의 기둥이었던 정민철(요미우리 자이언츠)과 구대성(오릭스 블루웨이브)을 일본으로 이적시켰지만 보란 듯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한화가 초반 호조를 보일 수 있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자유계약선수를 팀에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화는 송진우(36) · 장종훈(33) · 강석천(34) · 한용덕(37) 등 최근 2년간 팀에서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선수들을 모두 붙들었다.

물론 송진우 이외에는 다른 팀에서 영입 의사를 밝힐 만한 선수가 없었기에 이들을 끌어들이기가 수월했다. 그러나 한화의 판단이 돋보인 것은 그들을 퇴물로 취급해 푸대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한화는 이들을 모두 '행복하게' 잔류시키면서 팀워크를 흐트러뜨리지 않았고 탄탄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한화와 상대적인 팀은 LG와 삼성이다.

LG는 2년 전 양준혁을 영입하면서 타선을 보강했지만 팀내 신뢰가 두터웠던 손혁을 해태에 넘겨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또 지난해 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대어 홍현우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이종열 · 안재만 · 손지환 등 다른 내야수들의 불안을 가져왔다. 외형상으로는 팀이 강해진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모래성' 이 지어진 것이다.

삼성은 2년 동안 김동수 · 김기태 등 기존 선수들과 포지션이 겹치는 자유계약선수를 '사재기' 한 결과 이들을 주전은커녕 '반쪽 선수' 로 만들고 있다. 김동수는 진갑용에게 밀려 왼손 투수 상대용 대타로 전락했으며 김기태는 이승엽에게 치여 외야를 떠돌면서 타격 성적(타율 0.190)마저 신통치 않다. 남주기 아까운 대어라고 무조건 붙잡는 것은 팀의 구조를 망가뜨린다. '이름' 과 '돈' 으로 하는 야구는 '사람' 으로 하는 야구보다 약하게 마련이다. 야구단에서도 '인간경영' 이 강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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