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우주볼'을 이용한 이색 시구계획.

중앙일보

입력

작년 10월 미국에서 발사된 스페이스 셔틀'디스커버리'호에 한 명의 동양인 우주 비행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일본인인 와카다 코이치(37)씨였다.

이 우주 비행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방영된 TV 화면에서 야구공을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진공상태에서의 공의 움직임과 회전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는 모습이 영상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던 바로 그 승무원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우주선내에서 야구공을 가지고 캐치볼을 시도했던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작년 10월 디스커버리호의 승무원으로 탑승하면서 이 야구공을 일본 고교야구 연맹회장으로부터 받아서 공식 비행용품(Official Flight Kit)으로 기내로 가져 갔었고, 금년 1월에 다시 마키노 고교야구 연맹회장에게 되돌려 주었었다.

바로 그 야구공을 올 여름, 오오사카의 고시엔구장에서 열리는 고교야구대회의 시구식에 사용하기로 대회운영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시엔대회는 전일본 고교야구대회중에서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로 수많은 일본프로야구계의 스타들을 배출해냈던 산실이다.

우주 비행사가 공식비행용품으로 야구공을 가져간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와카다 코이치씨가 고교시절에 고시엔대회에 출전했던 경력이 있는 야구선수출신이었기에 그는 무엇보다도 야구공을 소중하게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고교야구 선수시절에 야구를 통해서 일에 대한 집중력,사건에 대한 통찰력 그리고 조직내에서의 팀워크'를 배웠다고 한다.그에게는 야구공이 하나의 스승의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야구공을 무엇보다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일본 고교야구협회에서 우주유영을 하던 볼을 시구식에서 사용하려는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프로야구에서 이런 야구공을 시구식에서 사용한다면,스포츠 마케팅차원에서 하나의 관심을 끌기위한 유인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고교야구대회는 성인야구가 아닌 학생야구이기에,그리고 스포츠도 배움터로 인식됨이 필요하기에 그 숨은 의도를 분간해 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디스커버리호의 이름처럼,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진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학생 야구인으로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교육적인 의도와 함께 고시엔대회 출신 선배인 다케다씨의 새로운 영역에의 과감한 도전정신을 작은 '우주볼'에 담아 던지는 것이라면 바람직한 시도라고 볼 것이지만,프로야구의 시구식처럼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들이려는 '말초적인 자극'정도에 불과한 것이라면 그 의도는 순수한 학생 스포츠와는 부합하기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고교야구에서도 이색 시구를 모색하는 고교야구 운영위원회의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에서 미묘한 자극을 느끼게 되며,생각의 허를 찌르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인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소재의 발굴은 일상의 '평범함'에 길들여져 버린 우리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듯하다.

일본의 고교야구선수들은 고시엔구장의 흙을 담아서 자신들의 학교 마운드에 뿌린다는 전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내년 시즌에는 또다른 차원의 어떤 시구식 계획을 수립하여 고시엔구장의 '흙가져가기'만큼이나 이색 전통을 쌓아갈 것인지 고시엔대회 운영위원회의 참신한 아이디어 발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고시엔구장'이라는 3차원 공간에서 보통공과 별반 다를 게없는'우주볼'의 4차원적인 시구식이 어떤 반응을 가져다 줄 것인지 일본 고교 야구팬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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