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금융전쟁 2라운드 … SC “명예훼손 소송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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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뉴욕에서 영업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몰린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미 뉴욕 금융감독청을 상대로 소송을 추진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이는 뉴욕 금융감독청이 지난 7일 SC은행을 ‘깡패기관’이라고 지칭하면서 250만 달러 규모의 이란 정부 자금을 미국에서 세탁한 혐의로 영업권 취소를 검토한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발이다.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사태 이후 바짝 엎드려 있던 영국 금융당국도 SC를 본격적으로 거들고 나섰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머빈 킹 총재는 “뉴욕 금융감독청이 우리와 공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영국 금융계가 일제히 반격에 나선 것은 영국의 전략산업인 금융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대영제국 시절부터 금융업을 키워온 영국에서 금융산업은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14%에 달하는 핵심산업이다.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금융산업 종사자 수도 런던(32만5000명)이 뉴욕(31만9000명)을 앞선다.

 SC가 미국 금융감독당국에 초강수로 대응하는 것은 전 세계를 무대로 영업하는 데 있어 뉴욕에서의 금융중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달러 결제(dollar clearing) 면허의 박탈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70개국 SC은행의 달러화 무역금융이 올 스톱될 수 있는 조치다. 영업권이 취소되면 전 세계 SC 영업이익의 40%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SC는 미국 금융계에서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다. 1997년 이후 각종 금융위기에 한 번도 휘말리지 않아 알짜 장사를 하는 강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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