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폭력장면 빈도는 감소, 노골성은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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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TV 프로그램의 폭력성을 분석한 결과 폭력장면이 등장하는 빈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나 폭력집단을 내세우거나 폭력과정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사례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진흥원 연구팀(강익희 박사 외)은 지난해 11월 20∼26일 KBS1ㆍKBS2ㆍMBCㆍSBS 등 지상파 4개 채널 프로그램에 대해 신체적 폭력과 같은 직접적인 폭력장면을 조사했다. 오후 5시 이후 방송분을 대상으로 삼았으며 뉴스와 스포츠중계는 제외했다.

전체 프로그램의 폭력 장면은 1천231건으로 99년 같은 기간에 비해 590건 감소했고 10분당 폭력빈도도 전년대비 0.5건 줄어든 1.7건으로 집계됐다.

폭력장면 등장 비율이 가장 높은 장르는 영화(27.5%)였으며 만화(25.4%)와 버라이어티쇼(16.9%)가 뒤를 이었다. 유아교육이나 어린이 드라마의 폭력빈도도 각각 1.7건과 2.4건으로 평균보다 높았다.

시청시간대별로는 만화 등 어린이 프로그램이 많은 오후시간대(오후 5∼7시)의폭력장면이 408건(49.6%)으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했다. 주시청시간대(오후 7∼11시)와 심야시간대(오후 11시 이후)의 발생건수는 각각 202건(24.6%)과 212건(25.8%)이었다.

한편 주말에는 영화가 집중적으로 편성된 심야시간대의 폭력빈도가 상대적으로높아 58.2%(238건)에 이르렀다.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성별과 연령별로 보면 남자 성인이 각각 59.4%와 55.2%를 차지했으며 어린이가 폭력의 주체나 대상이 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가족이나 친구, 애인 등 긴밀한 사이의 폭력은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대신 폭력집단과 관련된 장면이 30%에 달해 심각성을드러냈다. 또한 폭력에 의해 피해자가 신음하거나 피를 흘리는 장면을 여과없이 묘사한 사례도 8.2%나 됐다.

강익희 박사는 "조사 대상 프로그램의 폭력성과 시청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전반적인 폭력성은 줄어들고있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폭력성이 두드러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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