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못 딴 게 죄? 러·호주 체육계 성적부진 징계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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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런던 올림픽 성적이 부진한 나라들에서 날 선 ‘청문회’가 시작됐다. 올림픽이 막바지에 다달아 메달 순위가 윤곽을 드러내면서부터다. 지난 6일(한국시간) 러시아의 무트코 체육장관은 “일부 종목의 런던 올림픽 준비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이 종목들에 대해선 대회가 끝난 뒤 엄중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올림픽조직위원장 등 관계자들에게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사임을 요구하겠다는 얘기다.

 당초 러시아의 목표는 종합 3위. 하지만 7일 현재까지 금메달 7개로 종합 6위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러시아의 ‘효자 종목’이었던 체조·수영 등에서 금메달을 하나밖에 따내지 못했다. 러시아는 2010 밴쿠버 겨울 올림픽에서 6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5위권을 벗어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직접 ”사직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직을 돕겠다“며 관계자들의 사임을 요구한 전례가 있다.

 호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영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이 하나도 나오지 않자 7일 호주수영연맹은 “부진의 원인을 파악해 차기 올림픽에 대비하겠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연맹 내부에서 국고 지원 축소, 선수들의 기강 해이 등을 부진 이유로 들며 살벌한 책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누전트 호주 수영대표팀 감독은 “애초부터 호주의 ‘속 편한’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며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에 있는 선수들도 경기에만 집중하기가 어렵다. 여자 배영 100m 예선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이 유력해 보였던 에밀리 시봄은 결선에서 은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시봄은 “금메달은 당연한 것처럼 얘기하니 나는 잘해야 본전인 상황이었다.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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