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희 돈공천 부인…비서는 3억 쇼핑백 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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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례대표 현영희 의원의 ‘돈 공천 의혹 사건’과 관련, 수행비서를 지낸 정동근(37)씨가 지난 3월 15일 서울역에서 ‘중간전달책’으로 지목한 홍준표 전 대표 특보 조기문(48)씨에게 3억원을 건네기 전 돈 다발이 든 은색 쇼핑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씨가 KTX 열차 안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은색 쇼핑백에 돈다발 60개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부산지검은 4일 정씨로부터 이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원본 사진파일이 생성된 일시 등을 조사한 결과 돈 다발을 배달했다는 정씨 비망록의 내용(본지 8월 4일자 4, 5면)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반면 3월 15일 서울에는 가지 않고 부산에 있었다는 조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3일 중앙일보·JT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일정수첩을 근거로 “3월 15일 오후 4시30분까지 부산 롯데호텔에 있었다. (공천 기간) 서울에 간 일이 아예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조씨는 4일 “3월 15일 서울에 간 것은 맞지만 강남에 다른 볼일이 있어 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3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며 서울역에서 조씨에게 돈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영희 의원은 그간 “돈을 건넨 사실이 없다. 불순한 목적의 음해다”라고 주장해 왔으나 ‘증거물’이 나타난 셈이다.

 다만 정씨는 비망록에서 조씨에게 3억원을 전달한 뒤 현기환(당시 공직후보자추천위원) 전 의원을 기다리다 자신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고 밝히고 있어 실제 현 전 의원에게 3억원이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정씨로부터 쇼핑백 사진 외에 현 의원 측과 조씨가 돈 공천에 관여하고, 사후적으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시도했다는 녹취록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의원은 돈 공천 의혹 외에 새누리당 Y·L·H의원 및 당 핵심 인사 4, 5명에게 300만~500만원씩 차명 후원금을 낸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현 의원이 3월 20일 비례대표 공천이 확정된 직후 박근혜계 의원들에게 차명으로 후원금을 전달하도록 지시해 내 이름 또는 내 주변 인물 이름으로 돈을 입금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현 의원에 대해 타인 명의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별도 고발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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