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김호곤축구, 프로에서도 진가 발휘

중앙일보

입력

`김호곤축구'가 마침내 프로축구에서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부산 대우를 인수, 새롭게 출범한 부산 아이콘스의 사령탑으로 부임한지 불과 1년여만에 김호곤감독은 `10개팀중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팀을 조련해 놓았다.

올 시즌 첫 대회인 아디다스컵대회에서는 맨 처음으로 4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어 남은 2경기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전술 시험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시즌 개막전 부산을 중위권정도로 예상했던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비해 특별하게 선수를 보강하지 않았는데도 성적은 수직상승한 데 대해 김호곤식 축구를 선수들이 완벽하게 소화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호곤식 축구'는 공격수와 미드필더, 미드필더와 수비수가 마치 고무줄로 묶여 있는 듯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90분동안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축구. 김호곤감독은 이를 `밸런스축구'라고 부른다.

특출한 스트라이커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선수간의 조직력이 필수요건이다.

지난해 김호곤감독이 사령탑에 올랐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팀의 문제점은 긴패스에서 나오는 스트라이커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빈도가 너무 잦다는 것이었다.

롱패스에 따른 기습적인 공격도 필요하지만 너무 잦다 보니 스트라이커는 쉽게 지치고 패스가 중간에 차단됐을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김감독은 선수들에게 밸런스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긴 패스보다는 짧은 패스, 개인기보다는 조직력이 차츰 팀컬러로 자리잡아 갔다.

이러한 1년여의 과정에서 부산의 4강 진출이 나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수원에서 버리다시피 한 하리를 영입, 팀에 잘 적응시켜 활용도를 높였고 우성용, 마니치도 조직적인 플레이에 맛을 들이자 골 결정력이 덩달아 좋아졌다.

그러나 김호곤감독은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않다며 엄살(?)이다.

김호곤감독은 "공격수와 미드필더도 보완할 부분이 많지만 수비는 너무 불안하다. 특히 심재원, 윤희준 등이 번갈아 맡는 스토퍼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김감독은 "6월에 이민성이 상무에서 전역하면 한 시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정규리그에서는 전력이 더 탄탄해 질 것임을 은연중에 드러냈다.(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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