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 노장투수의 `멋진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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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솥밥을 먹던 동료였다 적으로 만난 백전노장투수 조계현(37.두산)과 이강철(35.삼성)이 3년만에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삼성전에서 98년 9월2일 첫 맞대결이후 두번째로 만난 이들은 국가대표로서 화려한 아마추어생활을 마치고 89년 해태에 둥지를 틀었던 프로동기생.

지난해까지 12년간 조계현이 통산 123승, 이강철이 133승을 올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활약했던 둘은 이날 불꽃튀는 자존심대결을 벌였지만 이강철이 4⅓이닝동안 4실점했고 조계현도 6이닝동안 4실점하고 물러나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이날 둘은 경기전 "(상대에 대해)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초반 부담감 탓인지 이강철은 1회 안타 4개를 두들겨 맞으며 3실점했고 조계현도 2회 3안타로 2점을 내 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백전노장답게 초반실점에 흔들리지 않고 호투를 이어갔던 이들의 승부는 5회말 이강철이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배영수와 교체되면서 조의 승리로 마무리되나 했지만 조계현도 7회 무사만루에서 내려오면서 둘은 다음 대결을 기약했다.

비록 승부는 싱겁게 끝났지만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에 부상의 시련을 딛고 재기한 둘이 쟁쟁한 후배들 속에서 나란히 선발로 마운드에 선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 했다.

97년까지 해태에 있으면서 89,91,93,96,97년 5차례 우승을 합작했던 조계현과이강철은 `함께 있을 때 두려울 것이 없었던' 무적의 듀오. 98년 조계현이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각자의 길을 가게된 둘은 각각 어깨(조계현)와 무릎(이강철)부상을 당하면서 부진에 빠졌고 99년에는 둘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한채 `퇴물'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적한 두산에서 먼저 부활한 조계현은 포스트시즌에서 눈부신투구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견인하더니 올해 개막전에 선발등판하는 영광을 누렸고 이강철도 재기를 위한 혹독한 동계훈련을 거쳐 삼성마운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둘은 이미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지나고 있지만 마운드를 내려오는 날까지 후배들과 야구팬들에게 계속 아름다운 경쟁을 선보일 것이다.(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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