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 뿐인 토크쇼, 시청자들 외면한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공중파 방송 3사의 토크쇼 프로그램들이 낮은 시청률 속에 고전하면서 하나, 둘 막을 내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89년〈쟈니윤쇼〉를 시작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토크쇼 프로그램은 90년대를 거치닻서 심야시간대의 주요한 아이템으로 자리를 굳혀왔다. 진행자와게스트의 출연료이외에 소요되는 제작비가 많지 않아 비교적 싼 값에 높은 시청률을담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방송사들이 개편 때마다 앞다퉈 토크쇼를 신설 또는 강화해왔던 것. 실제로〈주병진쇼〉,〈이홍렬쇼〉,〈서세원쇼〉,〈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등의프로그램은 심야시간대로는 매우 높은 20~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효자프로그램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시청자들은 토크쇼 프로그램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의시시한 신변잡기와 썰렁한 개인기만이 넘쳐나는 이들 토크쇼가 더 이상 재미와 감동을 주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새 영화가 개봉되거나, 새 앨범이 출시되기만 하면, 한 주에 2~3번 이상 서로 다른 토크쇼에 얼굴을 들이미는 연예인들을보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식상감을 안겨주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 TNS 미디어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2~15일 사이에 방송된 토크쇼 프로그램들의 평균시청률은 10%를 채 넘기지 못하거나, 10%대 초반에간신히 머물러 있었을 뿐이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여준 KBS 2TV〈서세원쇼〉는 12.3%에 불과했으며, SBS〈두남자쇼〉11.1%, SBS〈이홍렬쇼〉10.6%, SBS〈남희석의색다른 밤〉5.3%, MBC〈이소라의 사랑할까요〉6.1% 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렇게 시청률이 저조하게 나타나자 각 방송사들은 봄개편을 계기로 몇몇 토크쇼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따라 〈이홍렬쇼〉,〈남희석의 색다른 밤〉,〈이소라의 사랑할까요〉가 문을 닫게 됐다. 이중 〈이소라의...〉는 불과 22회만에 막을 내리는 셈이다.

토크쇼 제작진은 "1대1 토크에 식상해있던 시청자의 관심을 한 동안 집중시켰던집단토크의 포맷이 모든 프로그램에서 상용화됨에 따라 신선함을 잃어가고 있다"고현 상황을 분석하기도 한다.

〈서세원쇼〉의 김영선 책임프로듀서는 "모든 토크쇼 프로그램들이 차별화된 아이템을 내세우지 못해 비슷비슷해졌으며, 진행자의 개성도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며 "새로운 토크쇼 방식에 대한 제작진들의 고민이 시급한 때인 것 같다"고말했다.

안정임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교수는 "연예인들이 술자리에서나 하는 지극히사적인 대화들을 TV를 통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며 "방송사들이 토크쇼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일반인들의 삶에 대한 진솔한 고민이 담겨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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