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올해도 각팀의 스타선수들이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줄줄이 머리를 깎고 상무행 열차를 탄다.
골드뱅크의 간판 스타 현주엽, 삼보 부동의 포인트가드 신기성, 삼성의 첫 우승주역인 강혁이 앞으로 '이등병의 편지'를 부모님께 보낼 주인공들.
이들은 그동안 개인적 부진의 만회나 팀 우승을 위해 입대를 미뤄오다 늦깎이로 입영 열차를 타게 돼 아쉬움이 더하다.
서장훈과 프로농구 연봉 순위 1.2위를 다툴 만큼 이름값에서 오는 무게는 적지 않지만 사실상 그 만큼의 역할은 못해왔다는 평가를 받아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현주엽은 지난 시즌에도 부상으로 팀에 별 공헌을 못했다.
제대로 이뤄놓은 일이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상무로 적을 옮겼다가 다시 돌아오면 입지가 좁아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기에 현주엽의 마음은 착잡할 수 밖에 없다.
다음달 결혼을 앞둔 신기성도 달콤한 신혼의 단꿈에 젖어들 새도 없이 팀을 정상에 올리겠다는 일념으로 일년을 미뤘던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목표도 이루지 못한 데다 사랑하는 새 신부를 두고 떠나는 마음이야 좋을리 없겠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상무에서도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은 지아비가 되고자 한다.
'주전 이상의 실력을 갖춘 식스맨'으로 불리는 강혁은 팀 우승이라는 숙원은 이뤘지만 한창 기량에 물이 오르는 때 프로 무대를 떠나 있어야 하는 것이 아쉽기 그지 없다.
순진해보이는 동안(童顔)이지만 승부욕이 대단한 강혁은 잠시 비워둘 자신의 빈자리를 떠올리면 조바심마저 들지만 다시 돌아와서는 꼭 주전 자리를 꿰찰 각오다.
그러나 SBS와 SK의 '토종 주포' 김성철과 조상현 등은 팀의 정상 재도전을 위해 입대를 한 해 미룰 계획이고 소속팀도 내심 이를 원하고 있어 다음 시즌에도 이들의 모습을 프로 무대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황성인, 김훈 등이 뛰고 있는 상무는 스타 선수들의 대거 입대로 아마추어 최강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