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영업활동 통제… 채권단 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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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자금관리단이 영업활동 사전통제라는 강수를 택한 것은 현대건설의 자금사정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채권단의 판단을 보여주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지난 6일 파견된 자금관리단이 10여일 동안 현대건설의 자금사정을 점검한 끝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돈의 씀씀이를 감안할 때 채권단이 신규 지원한 3천9백억원으로는 오는 6월 말까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자금관리단의 판단이다. 돈 들어갈 곳은 널려 있는 데 비해 줄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사 진척도에 따라 받은 대금을 무조건 본사로 송금하는 바람에 원자재.인건비마저 부족해 놀고 있던 해외공사 현장에 신규 자금 중 1천5백억원을 급히 보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자금관리단은 하반기 이후에도 이런 문제가 여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이 약속대로 증자 등을 통해 1조5천억원을 지원해도 자금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예컨대 내년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6억2천5백만달러 규모의 해외 금융기관 대출금에 대한 만기 연장이 제대로 안될 경우 자금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 내부에서는 자금관리단의 영업활동 사전통제에 대한 우려나 반발이 적지 않다.

현대건설의 한 임원은 "자칫 의사결정이 늦어져 수주에 실패하는 등 영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며 "동아건설의 경우도 자금관리단이 모든 영업활동을 통제하다가 실패했다" 고 지적했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도 "건설업종을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한 자금관리단이 섣부른 판단으로 돈벌 수 있는 사업을 놓치게 해서는 안될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지난달 회사가 자금 부족으로 지급하지 못한 보너스 80억원을 신규 자금 수혈에 따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자금관리단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류시킴에 따라 적잖이 실망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자금만을 보는 관리단과 영업을 해야 사는 회사간에 이런 갈등이 갈수록 확산될 것" 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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