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이번엔 방송될까

중앙일보

입력

사전 심의와 제작 지원 문제 등으로 난항을 거듭해온 KBS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행보가 최근 운영지침이 확정되면서 빨라지고있다.

KBS는 "봄 개편과 함께 오는 5월 첫째 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30분에 30분짜리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인〈열린 채널〉을 방영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이와 관련, KBS는 지난 달 16일부터 시청자들의 작품 접수를 안내하는 50초짜리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 해 공포된 새방송법에 따르면 KBS는 시청자의 퍼블릭 엑세스권 보장하기위해 시청자가 직접 기획, 제작한 프로그램을 매달 100분 이상씩 편성하도록 돼 있다.

KBS는 이미 지난 해 가을부터〈열린채널〉을 편성을 해 놓았지만 사전 심의와제작비 지원 방식 문제 등을 둘러싸고 시민 단체들과 이견을 보이면서 `운영지침'이마련되지 못해 수개월째 표류 상태였다.

우선 사전 심의 문제와 관련, KBS와 방송위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라도 방송법에 의거해 방송사업자가 사전 심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운영협의회는 초기 운영지침에 "KBS 심의평가실로부터 수정, 대체 등의 요구를 받았을때 프로그램을 만든 시청자로 하여금 지체없이 조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시민 단체들의 반발을 샀던 것. 시민 단체들은 이 조항을 '최종 심의에 대한 권한은 KBS 심의평가실에 있다'고해석하고, 이렇게 될 경우 퍼블릭 엑세스권이라는 법취지와 어긋난다고 주장해 왔다.

또 제작비 지원 방식과 관련, KBS는 운영협에서 뽑힌 사전 지원 작품이 최종 선정에서 탈락해 방송이 안 될 경우, 사전 지원된 제작비를 환수한다고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제작비를 환수하게 되면 섣불리 제작에 참여할 시청자나 시민단체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대립해 왔다.

그러나 지난 달 27일 운영협이 시민단체의 입장을 대폭 수용한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KBS가 공표를 앞두고 있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은 활기를 띠게 됐다.

이번에 마련된 운영지침에 따르면 논란이 됐던 사전 심의의 경우, KBS심의평가실이 사전 심의를 하되 수정, 대체 요구가 있을 경우 운영협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해 심의에 대한 최종 권한을 운영협에 뒀다. 운영협은 KBS와 방송위원회, 학계,시민단체 대표 등 방송 관련 전문가 9인으로 구성돼 있다.

또 제작 지원된 작품이 최종적으로 방송이 안된다 하더라도 당초 기획안과 크게다르지 않으면 제작비를 환수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막상 전파를 타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많다. 가장 큰 문제는 당장 방송될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KBS 시청자센터 시청자프로그램 관리부 현정주 부주간은 "지금까지 가편집 테이프 1개와 기획안 1건만이 들어왔다"며 "방송이 되려면 최소한 열흘 전에 프로그램이들어와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방송 여부 조차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여성연합과 민언련, KNCC, 언개연 등 몇몇 단체에서만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언련 부설 대안TV의 송덕호 대표는 "그동안 운영지침이 마련이 안돼 제작 준비를 못했다"면서"민언련은 `퍼블릭 엑세스권'을 알리는 프로그램과 신문개혁 관련프로그램 2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송대표는 또 "시민사회 단체들이 제작 준비가 제대로 안된 것도 사실이지만 KBS가 시민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임을 감안하지 않고 작품의 질을 너무 높게 상정하고있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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