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학] 과외가 자꾸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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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친구들, 과외비가 문제란 얘기 귀가 아프게 들었죠.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등학생들의 총 과외비는 7조1천2백76억원으로 99년보다 5.2%가 늘어났다는군요.

정말 이상하죠. 정부가 과외를 금지하기도 하고, 과외보다 더 좋다는 교육제도를 많이 내놓는데도 왜 과외비가 줄기는 커녕 자꾸 늘기만 하는 걸까요.

한번 경제적으로 찬찬히 살펴봅시다. 우선 과외는 왜 존재할까요. 무엇보다 과외를 원하는 사람들(수요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웃돈을 주고라도 과외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과외비는 올라갑니다.

그럼 학교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데 굳이 웃돈까지 주며 과외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과외가 학교에서 하는 공(公)교육보다 질이 높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는데 유리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죠.

실제로 그런지 비교해볼까요.

먼저 우리나라 공교육은 어떤 상황일까요. 학교와 교사들은 학군제를 통해 학생들을 무조건 배당받습니다.

교육의 평준화란 명분때문이죠. 교육부는 학교가 교육을 잘하든 못하든 같은 등록금을 책정합니다. 교사들도 잘가르치나 못가르치나 받는 월급이 같다보니 굳이 경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너무 잦은 교육과정 개편과 많은 잡무는 교사의 의욕마저 잃게 만듭니다. 보너스 는 없고, 교육자의 사명감만 강조합니다. 마치 계획경제체제에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반면 과외시장은 거의 완벽한 시장논리로 움직입니다. 과외교사들은 자신이 더 유능해지면 학생들이 몰려 많은 돈을 벌기때문에 끝없이 노력합니다.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교재를 만듭니다. 수년간 개발한 교재는 책으로 나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합니다. 학원들도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과외시장과 규제만 많은 공교육시장 - .

어느쪽이 더 경쟁력이 있을까요.

규제가 있으면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주장입니다. 이것을 '규제의 역(逆)효과' 라고 부릅니다.

규제는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암시장(블랙마켓)의 형성과 불법거래 등의 부작용을 불러 사회적 비용을 크게 합니다.

과외금지를 예로 들어볼까요. 엄연히 과외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도 규제를 하니 비밀과외(암시장)가 성행했습니다. 과외교사들이 위험부담비용까지 요구하니 과외비는 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과외는 없애지도 못하면서 과외비만 올려 모두의 사(私)교육비 부담만 더 늘려 놓았습니다.

공교육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과외비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규제가 지나치기때문이라는 주장은 이래서 나옵니다.

규제의 역효과는 80, 90년대 자주 발생했던 아파트 투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집없는 서민을 위해 아파트분양가를 시중가격보다 낮게 책정했습니다. 결과는어땠나요. 새 아파트를 싼 가격에 분양받자마자 비싸게 팔다보니 부동산투기바람이 일었고 전체적으로 집 값이 폭등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집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죠.

또 걸핏하면 발생하는 전세가 폭등도 규제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정부는 세입자들을 보호하기위해 임대차보호법이란 것을 만들어 집주인이 2년간은 전세비를 올리지 못하게 규제했습니다. 근데 어떤 현상이 나타났나요.

집주인들이 전세계약을 하고나면 2년동안 전세비를 못올리보니 전세를 기피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전세 공급물량이 딸려서 전세비가 올라갔고 집없는 서민들만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이런 규제의 역효과에 대한 지식을 갖고 과외문제를 다시 한번 살펴볼까요□

과외문제의 해결책은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과외수요를 줄여나가는 겁니다. 그러기위해선 앞서 밝힌대로 교육시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줄이고 시장논리를 적용해야 합니다.

부모.학생(수요자)과 학교.교사(공급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겁니다.

제3자인 정부가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식의 규제위주의 교육정책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논리입니다.

이런 열린 마음에서는 학생선발의 자유화, 자립형 사립중고등학교와 탈규제학교의 도입, 교원에 대한 성과급제 도입, 과외허용 등이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습니다.

좀 지나친 비유겠지만 교육에 대해서 국가가 개입하지 않았던 옛 그리스의 아테네가 뛰어난 학문을 남긴 반면 어릴적부터 국가가 철저히 교육을 규제하던 스파르타는 무엇을 남겼습니까□

하지윤기자 hj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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