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불황.SW단속.환차손 '3중고'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 업계가 삼중고(三重苦) 에 시달리고 있다. PC시장 불황에 불법소프트웨어 단속, 고(高) 환율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특히 삼성.삼보 등 대형메이커보다 중소 PC업계가 타격이 커 이들이 몰려있는 서울 용산전자상가 등은 하나같이 울상이다.

◇ 현황〓 "그저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 테크노마트에서 PC조립업체를 운영하는 윤모(45) 사장의 하소연이다. 10년째 이 일을 했지만 이번만큼 힘든 적은 없어 ''전업'' 을 준비할 정도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 컴퓨터 경기는 최악의 침체기에 들어섰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올해 미국 PC시장은 지난해보다 5.5% 감소한 8백17억달러에 그쳐, 198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도 지난 1분기 판매량이 70만대에 머물러 지난해 같은 기간(94만대) 보다 20%나 줄었다.

이병승 컴닥터119 사장은 "지난 1분기엔 방학.졸업.입학 시즌을 맞은 성수기라 그나마 좀 나은 편이었다" 면서 "그러나 이달부터는 비수기라 용산전자상가 등 중소 업체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 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불법소프트웨어 단속도 PC경기를 위축시키고, 중소업체의 발목을 잡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전자랜드에서 조립PC대리점을 운영하는 박모(38) 사장은 "중소 업체는 대량생산체제인 메이커보다 제품을 싸게 만들려면 소프트웨어를 복제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고 털어 놓았다.

이런 가운데 달러당 1천3백원을 넘는 고환율은 중소 업계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PC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대부분이 외국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한달 만에 원화가치가 1백원 떨어지면 업체별로 가만히 앉아서 수백만~수억원의 환차손을 보게 된다.

◇ 대책〓전문가들은 "환율.경기.단속 등 3대 악재는 외부 환경으로 컴퓨터 업체들이 해결할 상황은 아니다" 라면서도 "PC업계가 기존 영업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고 지적한다.

컴퓨터 업계가 초저가 PC로 승부를 걸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아이템을 찾는 등 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획기적인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펜티엄Ⅲ에 머문 모델을 1기가(GHz) 급 펜티엄4로 돌리고, 상대적으로 이윤이 높은 노트북PC 등 모바일 컴퓨터를 내세우는 등의 마케팅 전략이다.

펜티엄4 PC는 보급률이 1%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해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 최근 인텔이 펜티엄4 대중화를 위해 컴퓨터 업체에 공급가를 낮춰주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원호.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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